‘상생 무풍지대’ 건설현장 횡포 없애려면

  • 동아일보

대형건설사 CEO 의식 개선이 가장 중요

건설현장에서 대기업의 횡포를 없애려면 제도적 보완과 함께 결국 대형건설사 최고경영자(CEO)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토해양부는 상생기반 마련을 위해 △하도급 대금지급 확인제도 확대 시행 △전문건설업체가 대형건설사와 함께 계약자로 참여하는 주계약자 공동도급제 시범 운영 △최저가 낙찰제의 덤핑 낙찰 방지 등의 대책을 연이어 내놨다. 하지만 하도급 대금지급 확인제를 모든 공사로 확대한다는 계획 외에 나머지 대책은 ‘개선하겠다’는 수준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현장의 중소건설사들은 하도급액 ‘후려치기’ 같은 관행을 시급하게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문중 전문건설협회 고충처리부장은 “최저가로 낙찰된 경우 2회 이상 재입찰을 금지하는 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정부기관에 수차례 건의했다”며 “이와 관련해 하도급법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정한 심사기준이 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건설사들이 지적한 것처럼 현실적으로는 대형건설사들의 의식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한 중소건설사 사장은 “대형건설사가 월등한 지위를 가진 상황에서 어디에다 건의라도 했다간 업계에서 퇴출당하기 십상”이라며 “대형건설사들이 먼저 발 벗고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종광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모든 (하도급)계약을 정부가 확인할 수도 없을뿐더러 제도나 정책을 통한 효과는 오래가기 힘들다”며 “하도급 관행에 대한 대형건설사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상생에 나서도록 정부정책도 ‘채찍’보다 ‘당근’을 더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전문가는 “처벌 규정을 강화해 압박하는 것보다 잘하는 회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게 의식개선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상생’이라는 취지에 더 부합한다”며 “상생 우수업체에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와 시공능력평가에서 혜택을 확대 적용하는 등의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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