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현대그룹 품으로]玄회장 절박했던 인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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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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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수씨의 풀베팅, 아주버니의 뚝심 눌렀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막판 역전승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현정은 회장의 ‘절박함’이었다. 현대건설을 인수하지 못할 경우 그룹 경영권 전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풀베팅을 하게 만든 셈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도 신성장 동력 발굴 등 다목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금융권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5조 원 이상을 적어 내는 ‘뚝심’을 보였지만 제수인 현 회장의 절박함을 이기지는 못했다.

현 회장의 ‘치밀한 준비’와 ‘여장부식 배포’도 빛을 발했다. 현 회장은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이 현대그룹과 재무구조약정을 체결하려고 하자 법정 소송까지 벌였다. 이 소송에서 승리해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족쇄가 될 수 있었던 재무구조약정개선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현 회장은 본입찰이 가까워지자 그룹 계열사에 총동원령을 내려 인수전에 필요한 ‘실탄’을 마련하는 지휘력도 보였다. 인수전이 시작될 무렵 현대그룹 전체 현금 보유액이 1조5000억 원밖에 없는 상황에서 현대상선 등의 계열사를 통해 유상증자와 기업어음, 회사채 발행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인수 자금 마련에 나섰다. 또 전략적 투자자로 유치한 독일 M+W그룹이 막판 인수 의사를 철회하자 동양종금증권을 재무적 투자자로 끌어들여 7000억 원을 유치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이뿐만 아니라 1년여 전부터 그룹 차원에서 차근차근 해온 준비가 승리의 밑바탕이 됐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에 관심 없다고 밝혀온 현대차그룹은 물론이고 계열사에 건설업이 없는 LG 등 국내 그룹과 외국계 기업이 뛰어들 가능성까지 열어 놓고 상황별 시나리오를 만들었다고 한다. 현대그룹은 정책금융공사에서 “비가격 요소 비중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판세가 불리하게 돌아가자 입찰 당일 모든 신문에 “국민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특혜 의혹 없는 깨끗하고 공정한 평가를 기대합니다”라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해 채권단을 압박하기도 했다. 현대그룹이 9월 24일 현대건설 매각 공고가 날 무렵부터 매주 월요일자 신문에 게재한 광고도 현대그룹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예상 밖의 결과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건설을 제대로 키워서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을 계획이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안타깝다”며 “하지만 사내 일각에서는 ‘현대건설 리스크가 사라져 오히려 다행’이라는 분위기도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동영상=현대그룹, 현대건설 우선협상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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