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이후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으로 글로벌 유동성의 쏠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외국인투자가들은 9, 10월 한국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 베트남 등 신흥 아시아 6개국에서 모두 253억5400만 달러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국내에서만 74억5700만 달러어치를 사들이며 연고점을 경신하는 등 위력을 과시했다.
이에 따라 ‘달러 약세-신흥국 통화 강세’를 기반으로 한 외국인 자금 유입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계속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G20에서 환율 갈등을 종식할 합의가 나오지 않거나 달러 약세 기조의 방향이 바뀔 경우 외국인의 유동성으로 떠받치고 있는 국내 증시에도 변화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 분석에 따르면 외국인의 체감 코스피는 이미 2,00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투자가의 벤치마크인 MSCI 한국지수(원화 기준)는 사상 최고치를 불과 3.4% 남겨둔 상태다. 이를 코스피로 환산해 보면 외국인의 체감지수 1,994에 달한다. 그런데도 외국인 매수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환율 효과 때문이다. 실제로 환율을 감안한 외국인의 체감 코스피는 1,523 선에 불과하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원-달러가 절상 기조에 있지만 2007년에 비해 하락세가 완만하고 절대적인 수준 역시 높게 유지되고 있어 달러화 약세(원화 강세)를 노린 외국인이라면 실질적인 체감지수는 더 낮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관건은 G20 정상회의에서 환율 갈등이 어떻게 봉합될지다. 현재 G20 정상회의 결과 등 단기 불확실 요인이 커지면서 외국인은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환율 갈등의 원만한 조정이 이뤄지지 않거나 구체적 합의 없이 글로벌 공조를 확인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중국 및 신흥국들이 자본 유·출입 규제에 나설 위험이 있다. 여기에 최근 달러 반등 분위기와 중국의 긴축 우려가 작용하면서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6거래일 만에 순매도로 돌아서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달러 약세에 베팅하는 외국인의 추세 변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김준기 SK증권 연구원은 “G20의 환율 조정과 관련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은 ‘정책공조로 환율 불확실성을 완화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얼마 전 예고된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는 실행만 남겨두고 있다”며 “달러 약세를 기반으로 한 외국인의 주식 매수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G20 경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의 결과가 이미 시장에 반영돼 G20 정상회의의 영향은 제한적 수준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달러 약세-신흥국 통화 강세’ 기조 자체가 바뀌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세인 만큼 유동성 유입 역시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변준호 교보증권 연구원은 “변동성 요인이 있지만 대부분 일시적이고 긍정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어 단기 조정이 있더라도 하락폭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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