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국내 45위 리딩투자증권, 日지크증권 M&A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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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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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만에 인수작전 끝… 日기업문화 존중해 연착륙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세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한국 기업들은 해외 M&A보다 현지에서 직접 공장이나 회사를 설립하는 ‘그린필드(greenfield)’ 투자에 주력해왔다. 설사 해외 기업을 인수해도 한국보다 경제 발전 단계가 낮은 나라의 기업을 사들일 때가 많다. 지난 몇 년간 공격적으로 선진국 기업을 사들인 중국 기업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과감하게 선진국 기업을 인수한 소형 금융회사가 있다. 바로 리딩투자증권이다. 이 회사는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8년 11월 일본의 소형 증권사인 지크증권(현 일본 리딩증권)을 인수했다. 이는 국내 증권사가 일본 증권사를 인수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리딩은 올해 초 영국 주식위탁 매매(브로커리지) 의사결정 솔루션 제공업체인 아이앤디엑스 홀딩스도 사들여 선진국 기업 인수와 관련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금융 위기로 인한 불안감이 고조됐을 때 한국의 소형 증권사가 선진국 기업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리딩은 치밀한 준비와 과감한 결단으로 선진 금융시장에 효과적으로 진출했다. 경영 전문 저널인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서울대 경영대의 임원 교육과정인 서울대 CFO전략과정과 공동으로 한국 기업의 성공 사례를 개발해 연재하고 있다. DBR 68호(2010년 11월 1일자)에 실린 리딩 M&A의 성공 요인을 간추린다.


○ 단계별 지분인수로 취득단가 낮춰


DBR 일러스트레이션
DBR 일러스트레이션
리딩의 피인수 대상인 지크증권은 도쿄 인근의 이바라키 현을 기반으로 120명의 직원을 보유한 소형 증권사였다. 2006년부터 3년째 적자에 빠진 데다 금융 위기까지 발생하자 대주주였던 일본의 모 제지업체는 자발적으로 기업 매각을 추진했다.

리딩은 2008년 8월 대주주로부터 매도 의사를 확인하고 인수 작업에 돌입해 3개월 후인 2008년 11월 모든 계약을 완료했다.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자국 기업이 아닌 해외 기업을 3개월 만에 인수한 것은 이례적으로 빠른 업무처리라고 볼 수 있다. 리딩은 인수 추진 과정에서 가장 걸림돌이 될 문제를 △안정적 경영권 확보 △소액주주의 지분 인수 요구 대처 △인수 후 부작용 최소화로 보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미리 마련했다.

우선 리딩은 단계별 지분 인수로 평균 취득단가를 대폭 낮췄다. 2008년 11월 리딩이 구주 인수 및 3자 배정 증자로 지크증권 주식 59%를 인수했을 때 주당 인수가격은 950엔이었다. 이후 경영이 안정되자 1년 후인 2009년 12월 주주배정 증자를 단행해 지분을 68%로 늘렸다. 이때 주당 인수가격은 400엔이었다. 환율을 감안한 1단계 주당 인수가격은 1만5000원대였지만 2단계에서는 4900원에 불과했기에 전체 평균 인수 단가는 8000원대로 뚝 떨어졌다. 그만큼 자금 부담도 줄었다.

▼ 日직원도 한국처럼 개인별 인센티브 도입… 1년후 흑자로 ▼

직원들의 동요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용도 100% 승계했다. 이는 이름도 잘 모르는 다른 나라의 작은 회사에 팔린다는 사실에 불안감을 느꼈던 직원들을 배려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사회에는 리딩 측 인물들을 투입해 지배구조를 신속히 재편했다. 3개월 만에 인수 작업을 완료하자 소액주주들의 불안과 동요도 누그러졌다. 결국 애초 주식 매각 의사를 밝혔던 소액주주 중 상당수가 매각 의사를 철회했다. 따라서 소액주주 지분 인수에 따른 부담도 덜었다.

인수 후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제도도 마련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은 물론 현금 관리에 집중해 월간 단위로 현금 보유액 증감 상황을 점검하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화상회의 등을 통해 한국 일본의 보고 및 관리체계 통합화도 시도했다.

○ 보상체계 변경 및 수직적 업무 지시 탈피

금융업의 핵심은 사람이다. 조직원의 마음을 얻고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지 못하면 아무리 싼값에 해당 기업을 인수했다 하더라도 좋은 성과를 내기 힘들다. 리딩은 △직원 의사를 반영한 임원진 개편 △수직적인 업무 지시 지양 △보상체계 변경 등 인수 후 통합 작업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박대혁 부회장은 “인수 과정 중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했더니 대주주와 직원들 사이에서 고의적으로 의사소통에 문제를 일으킨 임원이 있었다”며 “인수 작업이 끝나기 전에 그를 포함한 일부 임원을 교체했더니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영업직원의 능력 향상을 위해 일방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운용하는 일도 자제했다. 특히 한국에서 영업을 독려하기 위해 종종 쓰이는 정신교육은 아예 배제했다. 그 대신 영업 능력이 우수한 몇몇 직원을 서울로 불러 한국의 영업 현황을 보여줬다.

박 부회장은 “한국의 정보기술 환경이 얼마나 발달했는지, 금융업에 그런 특성이 얼마나 많이 반영됐는지를 일본 직원들은 잘 모르더라”라며 “‘한국에서 뭐 배울 게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왔다가 적잖이 충격을 받고 돌아가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본사 인력 파견도 최소화했다. 3개월의 인수 과정 중에는 M&A를 담당하는 5명의 본사 직원이 일본에 상주했지만 이후 모두 철수했다. 또 본사 측 인사와 M&A 자문을 담당했던 일본인 전문가로 구성된 공동 대표 체제를 택했다.

영업직원의 인센티브 체계도 직원들에게 유리하게 변경했다. 과거에는 개인별 실적을 고려하지 않고 부서나 회사 전체 실적을 감안해 인센티브를 지급했기에 직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리딩은 1인당 생산성 지표를 도입해 개인별 실적을 인센티브에 반영했다.

직원들의 마음을 얻은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일본 리딩증권은 2008년 11월 인수 후 불과 1년이 지난 2009년 말부터 흑자로 전환했다. 리딩은 당초 3년 정도 적자를 각오했지만 예상외로 흑자 전환이 손쉽게 이뤄졌다. 일본 리딩증권은 올해 약 10억 원의 영업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 남다른 주식 인수가격 평가 방식

M&A가 종종 기약 없는 난항에 빠지는 이유는 인수가격에 대한 양자의 극심한 견해차 때문이다. 어떤 거래에서건 사는 사람은 최대한 싸게, 파는 사람은 최대한 비싸게 팔고 싶어 하므로 가격을 둘러싼 지루한 공방이 벌어지곤 한다.

리딩은 인수가격 평가를 위해 초과이익모형(RIM) 방식을 사용했다. RIM은 투자 원금인 자기자본과 자기자본비용을 초과하는 이익의 현재 가치를 합한 금액을 자기자본 가치로 산정하는 방식이다.

RIM이 과거 널리 쓰였던 다른 방식(배당 할인모형, 현금흐름 할인모형 등)보다 우수한 이유는 불필요한 가정을 줄여 평가수치의 객관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RIM이 완전무결한 방식은 아니지만 많은 회계학자의 연구를 통해 다른 모형보다 정확한 수치를 제공한다는 점이 입증됐다. 이 때문에 매도자에게 왜 이런 인수가격을 산정했는지를 명확히 설명할 수도, 쉽게 납득시킬 수도 있다.

이흥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한국이나 일본 기업이 잘 쓰지 않는 새로운 모형을 쓸 정도로 우리가 인수가격 산정 시 최대한 공정성을 확보하려 노력했다는 점을 보여준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황이석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Ishwang@snu.ac.kr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8호(2010년 1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위축된 기업가정신… ‘氣 UP’할 묘책은?
스페셜리포트

한국이 1960년대부터 급속한 경제성장을 해온 배경에는 기업가정신을 가진 기업가들과 정부의 역할이 컸다.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은 기업가정신이 발휘된 전형적인 모습이다. 기업가정신은 현재 상황과 미래 지향 사이에 부족, 결핍, 격차가 클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현재의 자원은 부족하지만 미래의 기회를 보고 그 기회를 추구할 때, 그 자원 격차를 메워 가는 노력이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기업가정신은 기회에 대한 집요한 추구이자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도전과 탐험의 여정이다. 2000년 이후 한국의 기업가정신은 여러 요인으로 인해 위축되는 모습이다. 금융제도나 사업기회 등 인프라나 생태계 측면에서, 인재역량의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현대 경영학의 거장 피터 드러커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정신이 강한 나라”라고 말했다. 한국은 역동적인 나라로 그 역동성의 뿌리는 바로 기업가정신이다. 배종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가 기업가정신을 북돋울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카리브해 작은 어촌마을 칸쿤의 기적
▼City Innovation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적인 명승지를 꼽을 때 멕시코 칸쿤을 빼놓을 수 없다. 온난한 열대성 기후를 갖고 있는 칸쿤의 너비 400m 정도의 곱고 긴 7자형 산호섬 해변에는 특급 호텔들과 수십 개의 리조트, 쇼핑센터들이 늘어서 있다. 호텔존으로 불리는 해변에는 140개의 호텔과 380개의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다. 에메랄드 빛 바다에서는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페러세일링 같은 해양스포츠는 물론이고 골프 같은 일반 스포츠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약 50년 전인 1960년대 칸쿤은 인구 100명에 불과한 카리브 해의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부가 관광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멕시코 정부는 관광객이 접근하기 쉽도록 상하수도, 전력, 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시설을 구축하고 국제공항을 건설했다. 또 삼엄한 경비 체제를 갖춰 ‘안전한 관광지’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가 칸쿤의 성공요인을 분석했다.

소셜미디어 마케팅 투자수익 거두려면?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트위터, 블로그 등 소셜 미디어가 현대인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소셜 미디어를 주요 마케팅 및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기업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과연 소셜 미디어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소셜 미디어의 투자 수익률을 효과적으로 측정하려면 전통적인 투자수익률 접근방법을 바꿔야 한다. 기업의 마케팅 투자를 강조하고 고객의 반응을 기준으로 투자수익률을 산출하지 말고, 고객이 느끼는 소셜 미디어 활용 욕구부터 평가해야 한다. 그 다음, 고객이 기업의 브랜드를 대하는 과정에서 소셜 미디어에 얼마만큼 투자하는지 측정해야 한다. 소셜 미디어 마케팅 활동으로 인한 다음 달의 판매 증가뿐 아니라 기업의 소셜 미디어 투자가 장기적으로 안겨줄 수익도 고려해야 한다. 또 고객 반응에 좀 더 즉각적으로 대처하는 온라인 지원으로 인한 비용 감소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MIT 슬론 매니지먼트리뷰 코너에서 소셜 미디어 마케팅의 투자수익률 계산에 대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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