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G20 비즈니스서밋 참석 앞두고 그가 말하는 기부, 그리고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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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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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하는 방식에도 노하우 필요… 원조국 변신한 한국서 더 배울것”

13일 미국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자선 기부단체인 유나이티드웨이 본부에서 인터뷰에 응한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13일 미국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자선 기부단체인 유나이티드웨이 본부에서 인터뷰에 응한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미국 버지니아 주의 아름다운 ‘올드 타운’인 알렉산드리아 페어팩스가(街)에 위치한 세계 최대 자선 기부단체인 유나이티드웨이 본부 1층에서는 13일 성대한 행사가 열렸다. 1994년 작고한 빌 게이츠 ‘빌 & 멀린다 게이츠재단’ 회장의 어머니인 ‘메리 M 게이츠’의 이름을 딴 러닝센터(학습센터)가 이날 문을 연 것.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는 점심식사를 포함해 오후 2시까지 4시간 동안 축제 분위기로 이어졌다. 게이츠 회장과, 게이츠 회장의 아버지인 빌 게이츠 시니어, 여동생 리비 게이츠 아민트라우트 씨 등 게이츠 가족이 모두 참석했다.》

■ ‘메리 M 게이츠 센터’ 준공

교사 출신으로 시애틀의 워싱턴대 사무처장을 지낸 게이츠 회장의 어머니는 평생 자원봉사 활동에 진력했다.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을 가진 게이츠 회장은 생전에 자원봉사 활동에 전력한 모친의 이름을 딴 이 러닝센터에 1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게이츠 회장은 이날 연설에서 “어머니의 자원봉사에 대한 열정이 우리 가족의 기부전통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게이츠 회장과의 인터뷰는 아버지인 빌 게이츠 시니어 씨와 함께 오후 1시부터 30분 동안 동아일보와 AP, 워싱턴포스트 등 일부 외신기자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게이츠 회장은 인터뷰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봉사하는 삶이 자신의 인생에 미친 영향과 자신이 주도하는 부자의 재산 절반 기부운동, 교육 문제, 한국에 대한 소회 등을 소상하게 털어놨다.

―최근 중국 부자를 만나고 왔는데, 재산 절반을 기부하자는 게이츠 회장의 제안에 중국 거부(巨富)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방식의 기부를 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극소수 거부들이 기부문화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전 세계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때문에 워런 버핏과 내가 미국에서 부자 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외국에 있는 거부들에게 기부에 생각이 있으면 결정을 내릴 때라고 얘기하는 단계다.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기부문화의 세계적인 현상이다. 중국을 방문했을 때 이런 내용을 주제로 중국 부자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누군가 기부를 할 때 특정한 이유를 갖고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게이츠 회장의 경우는 어떤가.

“대부분 개인은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서부터 기부를 시작한다. 좋은 출발이다. 개개인이 더욱이 기업마저도 더 큰 지역사회에서 전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또 꼭 필요한 게 빠진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유나이티드웨이가 생긴 것은 이런 이유에서 출발했고 기부를 하려는 사람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자원봉사자와 비즈니스 리더들이 마주 앉아 이런 문제를 의논해 보자는 거다. 기부하는 힘을 함양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모인 돈을 어떻게 잘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개인은 별도로 기부할 수도 있고 시간을 내 기부활동을 할 수도 있다. 유나이티드웨이를 통한 기부활동을 선택할 수도 있다. 만약 지역사회를 지원하고 싶다면 분배위원회에서 돈을 모아 새로운 공헌 사업을 찾고 실제와 차이가 얼마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훌륭한 출발이다. 좀 더 야심 차게 하려면 다른 나라로 활동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에선 1달러라는 작은 돈도 적절하게 전달되고 배분되면 영향력이 극단적으로 커질 수 있다.”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초청받았는데, 회의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인류를 돕는 데 정부 예산은 매우 중요하다. 부유한 나라의 예산은 가난한 나라에 필수불가결한 자원을 제공한다. 부자 나라의 예산으로 가난한 나라를 도울 수 있다. 정부 예산은 기부보다도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백신과 종자로 질병과 굶주림을 해결해줄 수 있고,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G20 서울회의에서 가난한 나라에 얼마나 포커스를 맞추느냐가 중요하다. 경제가 어려운 때여서 부자 나라들이 얼마나 많은 지원을 할 것인가가 중요한 어젠다다. 내 임무는 해외 원조를 효율적으로 하고 부자 나라의 관대함을 실현 가능하도록 하느냐에 있다.”

―한국에서도 자원봉사 활동이 늘고 부자들의 기부도 크게 늘고 있는데….

게이츠 패밀리 한자리에 ‘메리 M 게이츠 러닝센터(학습센터)’ 준공식에 참석한 빌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그의 여동생 리비, 아버지 빌 게이츠 시니어 씨(왼쪽부터).
게이츠 패밀리 한자리에 ‘메리 M 게이츠 러닝센터(학습센터)’ 준공식에 참석한 빌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그의 여동생 리비, 아버지 빌 게이츠 시니어 씨(왼쪽부터).
“유나이티드웨이 지부가 세계적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한국은 40년 전 국제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이제는 국제사회의 기부국이 됐다. 국제사회에서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한국은 한 나라가 지원을 받는 지위에서 졸업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줬다. 변화의 속도가 최고 위치에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G20 회의 때 한국에 가서 정치지도자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한국에서 기부를 실천하는 사람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어머니의 삶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나.

“쉽게 요약하기가 어렵다. 어머니는 좋은 본보기가 됐다. 지역의 학교봉사에 상당 부분 관여했고 더 넓은 차원으로 기부를 확대해 갔다. 지역 유나이티드웨이에서도 좋은 본보기였다. 교사로서 어린 학생들의 교육에 헌신했고 지역사회의 학교시스템을 강화하는 데도 깊숙이 개입했다. 유나이티드웨이에서의 활동도 작은 지역에서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자금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분배위원회에서 일하면서 범위를 넓혀갔다. 이제는 아버지가 재단 설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어머니가 이번 일에 동참하지 못해 안타깝다.”


■ 메리 M 게이츠 러닝센터
“교육을 통해 가난-질병 해결” 어머니 이름 딴 첨단학습관

故 메리 M 게이츠
故 메리 M 게이츠
13일 준공식을 가진 ‘메리 M 게이츠 러닝센터’는 교육을 통해 세계의 빈곤과 질병, 기아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우리 시대의 ‘기부왕’ 빌 게이츠 식 사회 공헌의 결정판이다. 유나이티드웨이의 경숙 애거신(김경숙)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은 “글로벌 시대를 맞아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미국에 오지 않고도 동질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착공한 것이 글로벌 러닝센터”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을 관통하는 포토맥 강이 내려다보이는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 미국 유나이티드웨이 본부 건물 옆에 위치한 이 건물에는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적용된 초고화질 화상통신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인터넷을 통한 화상회의나 세미나 등이 가능하다. 또 친환경인증(LEED)을 받은 자연친화적인 건물이기도 하다. 러닝센터 관계자는 “모든 사람은 똑같이 소중하다는 게이츠 회장의 철학에 따라 상대적으로 배움의 기회를 박탈당한 소외계층의 배움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유나이티드웨이는 45개국에 1800여 지부를 가지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자선 기부단체이다. 각 지역사회가 가진 문제점을 찾아낸 뒤 정부, 기업, 학교,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합쳐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부금을 모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 “미셸 리 교육감 사퇴는 교육의 후퇴”
심각한 美 교육문제… 고교교육 한국서 배워야


게이츠 회장은 미셸 리 워싱턴교육감의 사임 소식에 안타까움도 표시하며 리 교육감이 남긴 본보기가 계속 유지되기를 희망했다.

―미셸 리 교육감이 사임했는데….

“게이츠 재단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의 교육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을 돕든 국가를 돕든 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일부 파트에선 진전을 보고 있다. 학교 중퇴율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미셸 리 같은 교육개혁가가 있었기 때문에 교육개혁이 가능했다. 미셸 리가 더 이상 워싱턴교육감이 아니라는 것은 진일보한 게 아니라 후퇴한 것이다. 교사를 평가하고 평가과정에서 기법을 도입한 것은 훌륭한 것이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역시 교육개혁을 역점 과제로 삼고 ‘정상을 향한 질주(Race to the top)’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도록 동기부여를 했다. 하지만 퇴학률이 줄어들고 학생들 성적이 괄목할 만큼 높아지기 전까지는 큰 성과를 거뒀다고 얘기하기 어렵다. 샴페인을 일찍 터뜨려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많은 기관 가운데 하나다.”

―오바마 대통령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교육 열정과 시스템을 좋은 모델로 거론하고 찬사를 보낸다. 사실 한국의 학부모들은 미국 교육시스템을 부러워하고 영어를 위해 조기교육을 보내는데….

“영어를 공부하는 데 미국이 좋은 학습의 장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미국의 최고 대학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들이 대학 경쟁력을 키우고 세계 수준으로 발전해 가고 있지만 미국 대학이 최고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 고교 교육은 발전시켜야 한다. 고교 교육은 다른 나라보다 빛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싱가포르 핀란드 한국 등은 이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교육을 하고 있다. 중퇴율이 적고 수학실력이 뛰어나다. 미국 고교가 갖고 있지 못한 것을 이들 국가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제일 잘할 수 있는 ‘일’로 기부합니다
▲2009년 9월25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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