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라응찬 회장 중징계 통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8일 03시 00분


“금융실명제법 위반 확인” 조기퇴진 불가피할 듯

금융감독원이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사진)에게 직무정지 또는 문책경고 수준의 중징계 방침을 7일 통보했다. 중징계가 확정되면 라 회장은 2013년 3월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 퇴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라 회장에게 2, 3주간 소명 기회를 준 뒤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구체적 징계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7일 “(라 회장이) 다른 사람에게 차명계좌를 만들도록 지시한 뒤 자신의 돈을 관리한 것을 확인했고 물증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재 기준은 직접 차명계좌를 개설했는지 여부, 금액, 고의성 등 3가지”라며 “고의성이 있는 데다 금액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중징계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문책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된다. 금감원 규정에 따르면 금융실명제법을 고의로 위반하면서 3억 원 넘게 거래한 행위자는 직무정지 이상의 징계를 받게 된다. 금융당국은 라 회장이 차명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했다고 결론 낸 것으로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 금감원 “소명절차 거쳐 늦어도 내달초 징계 확정” ▼

문책경고나 직무정지의 중징계를 받으면 규정상 임기는 유지할 수 있지만 임기 이후에는 각각 3년, 4년간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 금융권은 금융회사 임원이 중징계를 받고 현직을 유지한 전례가 거의 없어 퇴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검찰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라 회장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50억 원을 송금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8월부터 라 회장과 신한은행을 상대로 검사를 벌여왔다. 금감원은 이날 차명계좌 개설에 관련된 신한은행 전현직 임직원에게도 징계 방침을 통보했다. 라 회장은 해외 주요 투자자에 대한 기업설명회(IR) 참석을 이유로 2일 출국했으며 동남아시아, 미국, 유럽 등을 거쳐 27일경 귀국할 예정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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