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과장 이상 간부 외국어 성적표 내라”

동아일보 입력 2010-09-27 03:00수정 2010-09-27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인사에 반영” 추석 직전 발표… ‘외국어 못하면 임원자격 미달’ 신동빈 부회장 의중 반영 국내 대표 유통그룹인 롯데그룹이 추석 연휴 직전 전 계열사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 전원에게 내년 2월까지 외국어 성적표를 제출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는 신동빈 부회장의 뜻에 따른 것으로 간부사원들은 초긴장 모드로 들어갔다. ‘2018년 롯데그룹 아시아 톱10, 백화점 글로벌 톱7’ 목표를 내건 롯데그룹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경영에 시동을 거는 것으로 해석된다.

추석 연휴 직전인 15일 롯데백화점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발송된 공문에 따르면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은 올해 중 응시한 최소 1개 이상의 외국어 시험 성적표를 내년 2월 10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영어(토익), 일본어(JPT, JLPT), 중국어(HSK, CPT)를 비롯해 베트남어, 러시아어, 인도네시아어 등 롯데가 백화점과 마트를 통해 진출한 ‘브릭스(VRICs)’ 국가 언어도 포함된다. 11월에는 사내 시험도 치를 예정이다.

경영지원부문장 명의의 공문은 “간부 사원 외국어 수준 향상으로 글로벌 인재 기반 구축”이라는 목표와 함께 “제출한 성적은 글로벌 인재 선발 시 참고자료로 활용한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외국어 성적을 인사에 반영하겠다는 뜻이다. 공문 발송일과 성적표 제출 날짜는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롯데그룹 다른 계열사도 최근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공문을 받아든 간부사원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긴장하고 있다. 여느 대기업처럼 롯데도 외환위기 이후에는 외국어 성적을 중시해 신입사원을 선발해 왔지만 10년차 이상의 간부사원 상당수는 외국어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것이 사실이다. 신격호 회장의 인사관이 “외국어 실력보다 성실이 중요하다”였고 그룹에서도 외국어를 특별히 강조하지 않았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과장 진급 때 토익 성적을 요구했지만 커트라인이 990점 만점에 절반도 안 되는 450점으로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

주요기사
하지만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을 마친 2세 경영자 신동빈 부회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려면 간부들이 외국어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이번 조치도 “외국어를 못하면 임원 될 생각 말라”는 신 부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발등에 불이 떨어진 롯데 간부사원들은 앞으로 교재 구입, 학원 수강과 함께 팀별로 토익 고득점의 젊은 직원에게 과외를 받는 등 외국어 공부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10월 중 정규직 및 비정규직 사원 전체를 대상으로 외국어 경시대회도 열기로 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