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새 명품 먹을거리]<2>제주 왕망고

동아일보 입력 2010-09-15 03:00수정 2010-11-2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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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도 王… 단맛도 王… 실험정신이 빚은 명품과일
9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상하의 농장’에서 이 농장 주인인 김상우 씨(오른쪽)와 신세계백화점 정준경 과일 바이어가 자신들이 상품화에 성공한 왕망고를 들어 보이고 있다. 서귀포=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9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상하의 농장’ 내 유리온실에 있는 망고는 흔히 보던 모양새와 많이 달랐다. 얼핏 보면 녹색 타조 알 같은 데다 개당 무게가 1.5kg이나 됐다.

농장 주인인 김상우 씨는 “아, 왕망고예요. 방금 전에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인들에게 선물한다고 주문을 문의했어요.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도 이 망고 마니아시고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지구 온난화로 망고가 제주 최고의 농작물 소득원이 됐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왕망고란 이름은 낯설었다. 알고 보니 유명 재계 인사들이 이 과일의 고객이었다.

“정준경 신세계백화점 과일 바이어가 2007년 저희 농장에 들러 이 망고를 보더니 그 자리에서 ‘상품으로 만들자’고 했어요. 먹음직스럽지 않게 생긴 것 같아 저희로선 팔 생각을 못했거든요. 품종명은 ‘케이트’인데 정 바이어는 ‘왕망고’란 쉬운 이름도 만들어 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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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왕망고는 재배자의 장인정신과 유통회사의 마케팅 능력이 만난 ‘한국의 새 명품 먹을거리’다. 본래 고향인 인도의 왕망고는 한국 왕망고의 절반 크기다. 제주 왕망고는 훗날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한국이었다”고.

○ 젊은 농부의 과학적 망고 영농

김상우 씨의 아버지인 김만국 씨(65)는 국내 애플망고 재배 1세대다. 서귀포의 비닐하우스(1만3200m²·약 4000평)에서 각종 과일을 재배하다가 1989년 대만에서 애플망고를 들여왔다. 기후 변화를 내다보고 고수익 과일에 승부를 건 획기적 발상이었다.

아버지의 과일농사를 지켜보며 자란 아들 상우 씨는 명지대 전자공학과 재학 중 군대를 다녀와 2001년 망고 농사에 뛰어들었다. 가장 먼저 오이와 토마토 농사를 짓던 다른 농가의 대형 유리온실 두 채(2만9700m²·약 9000평)를 인수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우후죽순 늘었던 유리온실들이 빚더미에 올라 헐값의 매물로 쏟아진 ‘기회’를 포착한 것이다.

전자공학도인 상우 씨는 유리온실의 컴퓨터 시스템을 능숙하게 다뤘다. 유리온실에서 망고를 재배한 건 국내에서 상하의 농장이 처음이다. 난방비 부담이 있지만 기후변화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이 온실 바닥엔 퇴비 용도의 나뭇잎이 30cm 두께로 수북이 쌓여 있었다. 좋은 토양을 만들기 위해 8750t 분량(약 4500만 원)을 사다 깐 것이라고 했다.

○ 왕망고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애플망고를 주로 재배하던 상하의 농장에서 왕망고는 이름도 없이 그저 특이하게 큰 녹색 망고였을 뿐이다. 그러나 신세계백화점의 정 바이어는 왕망고의 진가를 알아봤다. 당도 측정 단위인 브릭스(Brix)가 애플망고(평균 무게 350g)는 13∼15인 데 비해 왕망고(평균 무게 800g)는 16∼17이었던 것. 하지만 왕망고 상품 개발을 회사에 건의한 정 바이어는 곧바로 난관에 부닥쳤다. 국내 시장에서 애플망고도 생소한 판에 왕망고는 더 낯설고 비쌌다.

“그래도 해 봅시다.”

상하의 농장은 망고 접목기술을 통해 왕망고 나무를 당초 세 그루에서 1500그루로 늘렸다. 당도를 높이기 위해 나무 한 줄기마다 망고를 하나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다 잘라 버렸다.

신세계백화점은 2008년 왕망고 추석 선물세트를 내놓았다. 판매는 저조했지만 적극적인 시식 이벤트로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났다. 지난해 추석 때는 한정판으로 나온 150세트(4개들이 16만 원)가 모두 팔렸다.

○ ‘메이드 인 코리아’ 명품 망고

상하의 농장은 부단한 실험정신으로 개당 800g이던 왕망고를 1.5kg까지 키워냈다. 신세계백화점이 올해 창립 80주년 기념 추석 선물세트로 내놓은 이 농장의 명품 왕망고 세트(1.5kg 두 개·20만 원)다. 고급 소비층은 ‘메이드 인 코리아’ 왕망고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4만2900m²(약 1만3000평)인 상하의 농장의 연간 매출은 10억 원이었다. 제주의 감귤 농가들이 대개 3만3000m²(약 1만 평)에서 1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걸 감안하면 10배의 수익성이다. 상우 씨는 “희귀한 고급 과일로 과일의 세대교체를 이루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귀포=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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