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종목에 집중투자 ‘압축펀드’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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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9일 03시 00분


50∼100개 종목 분산방식 탈피… 고수익 예상 20∼30개 선별투자

자문형 랩어카운트처럼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압축 펀드’가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일반 주식형펀드가 통상 50∼100개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것과 달리 압축펀드는 20∼30개의 핵심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게 특징이다.

올 들어 투자자문사가 선별하는 ‘되는 종목’ 몇 개에 집중 투자하는 랩어카운트가 크게 인기를 끌자 자산운용사들이 비슷한 전략을 쓰는 공모펀드를 우후죽순 내놓고 있는 것이다. 공모펀드인 만큼 랩어카운트보다 수수료가 훨씬 낮고 최소 가입금액에 제한이 없어 일반 투자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장점. 그러나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되는 소수 종목에 압축 투자하기 때문에 하락하면 손실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 ‘분할매수’ 결합된 압축펀드도 나와

최근 나온 신상품 압축펀드들은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동시에 ‘분할매수’ 전략을 쓰거나 파생상품과 결합하는 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하나UBS자산운용은 6일부터 20개 안팎의 종목에 투자하는 ‘하나UBS 스마트업 포커스 포트폴리오’ 펀드를 하나은행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이 펀드는 ‘기간 분할매수’에 ‘가격 분할매수’ 전략까지 쓰는 게 특징. 주식 편입비중 40%로 시작해 매달 주식투자 비중을 5%씩 늘려가는 동시에 설정일 대비 코스피가 3% 하락할 때마다 주식투자 비중을 5% 확대하는 식이다.

PCA자산운용도 20개 안팎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PCA 핵심타겟20 주식형펀드’를 이달 초 내놓았다. 자사 리서치팀에서 분석하는 200여 개 종목 가운데 목표 주가와 현재 주가의 차가 큰 종목 40개를 추려낸 뒤 펀드매니저가 가장 유망하다고 보는 20개 핵심 종목을 골랐다. 산은자산운용은 대형주 10개와 중형, 소형주 5개씩 20개 종목에 압축 투자하는 ‘산은 2020주식형펀드’를 산업은행과 대우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에서 판매한다. 국내 시장 점유율 30% 이상이거나 글로벌 시장 점유율 5위 이내인 20개 종목에 5%씩 같은 비중으로 투자한다. 동부자산운용도 ‘동부파워초이스 증권펀드’를 조만간 선보인다. 이 펀드는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면서 하락장에서는 개별 주식의 선물 매도를 통해 리스크를 회피하는 방식을 쓰는 게 특징이다.

○ 조정장, 하락장 때는 더 손해날 수도

8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0∼30개 종목에 투자하는 일반 주식형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10.93%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29개 종목에 투자하는 KB자산운용의 ‘KB코리아엘리트20 A형’이 운용 순자산 3669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1년 평균 수익률도 16.5%로 높은 편이었다. 코스피(11.14%)와 국내 주식형펀드(11.38%)의 1년 평균 수익률을 웃도는 압축펀드도 절반 가까이 됐다.

하지만 최근 증시가 1,800 선 돌파를 앞두고 조정 양상을 이어가자 압축펀드도 맥이 빠진 모습이다. 코리아엘리트20 A형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0.67%였다. 18개 종목에 투자하는 ‘하나UBS 빅&스타일 C형’(―0.37%), 29개 종목에 투자하는 ‘현대프레스티지롱텀 A형’(―0.70%) 등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압축펀드 대부분이 최근 1개월 동안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0.75%)을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투자 종목 수가 적어 일반 주식형펀드보다 리스크 분산 효과가 떨어지고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위험에 더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량 핵심 종목에 선별 투자한 결과 상승장에서는 더 오를 수 있지만 조정장이나 하락장에서는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는 것. 따라서 운용사와 편입종목, 상품구조 등을 꼼꼼히 따져 가입해야 한다고 이들은 조언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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