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주말 야구하면서 팀워크 경영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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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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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정원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북아시아본부 대표

10일 서울 강남구의 사무실에서 2006년 ‘런 서울리그’에서 우승한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0일 서울 강남구의 사무실에서 2006년 ‘런 서울리그’에서 우승한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야구공으로 할까요, 기타로 할까요?”

10일 서울 강남구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사무실. 인터뷰 전에 사진을 먼저 찍자고 하자 한정원 대표(41)가 되물었다. 그의 사무실에 있는 책장에는 블리자드의 인기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월드오브워크래프트’뿐 아니라 야구공 모양의 각종 트로피가 전시돼 있었다.

책상 옆에는 전자기타도 놓여 있다. 퇴근 시간 무렵 가끔 그의 집무실에서 음악소리가 난다. 게임, 야구, 음악은 한 대표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세 가지다. 결국 게임이 전시된 책장을 배경으로 한 번은 야구 트로피와, 다른 한 번은 기타와 찍었다.

한 대표의 공식 직함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북아시아본부 대표(Regional Managing Director of Northern Asia)다. 한국 시장뿐 아니라 대만과 홍콩시장도 책임지고 있다. 요즘은 지난달 새로 나온 ‘스타크래프트 2’를 알리기 위해 뛰고 있다.

한 대표는 “얼마 팔렸는지 숫자에 연연하면서 야근, 주말 출근을 감행하면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며 “주말에 사람들과 만나 야구를 하면서 팀워크를 배웠고, 이게 회사를 이끄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올해 1000타석 목표

야구 얘기를 더 해달라고 하니 한 대표의 눈이 빛났다. 연세대 경영학과 89학번인 한 대표는 재학시절부터 야구동아리 ‘연세 이글스’에서 활동했다. 2000년 5월 사회인 야구단 ‘서울 랩스’를 창단해 현재 단장을 맡고 있다.

한 대표의 포지션은 1루수. 타석에 설 때에는 7번 타자다. 매년 경기를 50여 번 치르기 때문에 사실상 매주 토요일 타석에 선다. ‘홈구장’은 서울 송파구 배명중학교다.

“1000타석 돌파가 올해 목표입니다. 20여 년 동안 기록을 해왔는데 그동안 900타석이 넘었거든요. 프로에서도 1000타석은 대단한 거예요.”

한 대표가 생각하는 야구의 매력을 물으니 ‘호흡과 믿음’이라고 했다. 그는 “만약 영화에서처럼 테러범을 상대하기 위해 팀원을 꾸려야 한다면 야구팀에서 금세 찾아내야 할 것 같다. 그만큼 서로의 장단점을 너무 잘 알고, 또 믿는다”며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가고 서로 믿고, 힘을 합쳐 승리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야구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의 또 다른 취미는 음악. 음악에서도 ‘호흡’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밴드는 멤버들끼리 ‘결혼’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면서도 서로 호흡을 맞춰야 하는 아주 어려운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에 있어서 올해 목표는 곡을 완성하는 것이다.

○ ‘가족’ 같은 리더십

한 대표는 요즘 특히 바쁘게 보내고 있다. 지난달 스타크래프트 2를 내놓은 데다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운영하는 e스포츠협회와의 불협화음 때문에 어려운 조정 작업을 거쳐야 했다. 결국 한 대표는 곰TV를 운영하는 그레텍과 손잡고 새로운 리그를 9월에 열기로 했다.

이렇게 바쁜데 언제 야구 연습을 하고 기타를 연주할까. “전 가능하면 야근하지 않고, 주말에 출근하지 않아요. 스트레스가 쌓이면 친구가 하는 음악연습실에 가서 기타도 뜯고, 주말에는 타석에 서는 거죠. 그게 오히려 생산성을 높입니다.”

한 대표는 직원들에게도 이 같은 생각을 강조한다.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만큼 직원이 즐거워야 소비자에게 즐거운 제품을 줄 수 있다는 것. 실제 사내 인기 동아리는 10여 개로 야구동아리 ‘블리자드오크스’를 포함해 다양하다. 낮에 놀고 밤에 일하는 것은 한 대표가 가장 싫어하는 일. 특히 매주 수요일 ‘가정의 날’을 정해 오후 6시 반이면 강제 퇴근하도록 하고 있다. 또 회사에서도 야구와 음악에서 배운 ‘호흡과 팀워크’를 늘 강조한다.

한 대표는 “직원들에게 가족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려 노력한다”며 “본사의 경영 방침 가운데 ‘책임감을 보이자(Lead Responsibility)’라는 게 있다. 나부터 책임 있는 모습,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가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 경쟁 게임 많아져 큰 자극 받아


스타크래프트 2는 지난달 27일 전 세계에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48시간 만에 150만 장이 팔렸다. 실시간 전략게임 장르에서 최단시간 최다판매 기록을 세웠다. 한국에서는 CD 발매 대신 우선 누구나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내려받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종의 체험 마케팅이다.

“게임을 안 해 본 사람들이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예요.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이용가격도 하루 2000원, 한 달 9900원, 무제한 이용권 6만9000원으로 나눴습니다.”

한 대표는 스타크래프트를 국내에 상륙시킨 주인공이다. LG소프트에서 일하던 1998년 스타크래프트 국내 유통을 담당했다. 매주 금요일 PC방에서 게이머들을 연구하기도 했었다. 12년 전과 지금은 게임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경쟁 게임도 너무 많아졌다.

한 대표는 “사실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재밌다. 한국에 다양한 게임들이 나와 좋고, 모두 자극이 된다”며 “‘스타크래프트’가 단순히 게임이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 같은 문화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한정원 대표는…

―1969년생

―1994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94∼1996년 P&G 영업본부

―1996∼1998년 LG소프트 라이선스 사업부

―1998∼2002년 EA Korea 마케팅 사업본부

―2002∼2004년 비벤티 유니버설 게임즈 한국 지사장

―2004∼2008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한국법인 대표

―2008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북아시아본부 대표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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