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서프라이즈 기업들 되레 “경비 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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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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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에 큰돈 벌었지만 대내외 경영 악재 여전”
에너지 감축조직 등 구성

대내외 악재를 딛고 올 2분기(4∼6월)에 ‘어닝 서프라이즈’(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실적)를 기록한 기업들이 오히려 ‘경비 절감’을 외치고 있다. 하반기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고 대내외 악재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주마가편(走馬加鞭)이 필요한 시기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2분기에 눈에 띄게 호조를 보인 기업들은 전자, 자동차, 항공 분야 업체다. 특히 항공 분야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나란히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 양대 항공 업체는 3분기(7∼9월)에는 2분기 신기록을 다시 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객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9월부터는 항공 수요가 성수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대 항공사는 ‘마른 수건을 짜서 쓴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경비 절감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2년 전부터 항공유 값이 급등추세라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것. 대한항공은 경제항로를 꾸준히 개발하는 것은 물론 항공기가 활주로에서 움직일 때에도 연료를 최소한으로 쓰는 동선을 연구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전사적 에너지 절감 대책 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부문별로 8개 팀이 매달 두 차례 모여 에너지 절감을 위해 묘안을 짜내는 자리다. 항공유를 아끼기 위해 2011년까지 기내 카트를 모두 경량화해서 연간 6억 원의 경비를 줄일 계획이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활황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 역시 잔뜩 움츠리고 있다. 2분기 영업이익이 1분기(4조4000억 원)를 뛰어넘어 5조100억 원을 기록했지만 정보통신과 디지털미디어 사업 부분은 저조했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유럽발 금융위기로 인한 수요 둔화, 휴대전화 업체 간 경쟁 심화 등을 난관으로 꼽으며 강도 높은 경비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용기 3대 중 한 대를 매각하고, 스포츠마케팅 비용을 30% 줄이겠다고 선포했다.

2차 전지를 비롯해 전 사업분야 실적이 좋은 LG화학 역시 2분기에 6600억 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경비절감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김반석 부회장이 강조하는 경비 절감 방향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뛰어넘는다.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원재료, 에너지, 구매 등 전방위적으로 절감 활동을 펼치는 것이 목표다. LG화학은 사업장마다 에너지 절감 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1사업장 1에너지 절감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에너지 업계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2분기에 58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SK에너지 역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하반기에 시설 정기보수가 예정돼 있어 3분기부터 실적이 하락할 것이라는 자체 진단 때문이다. 특히 유가와 환율 등 외부변수에 민감한 업종이다 보니 만일에 대비해 운송료 등 경비 절감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가 대기업을 향해 투자 및 고용창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도 경비 절감을 강조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신사업 투자나 추가 인력 고용에 따른 비용을 충당하려면 돈을 아낄 수밖에 없다는 것.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기 위해 사내 경비 절감 운동을 하고 있다”면서 “내년까지도 이런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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