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 찾는 글로벌 자금 ‘바이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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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9일 03시 00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아시아의 힘’이 거세다. 아시아 신흥국으로 글로벌 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지난달 외국인의 ‘바이 아시아(Buy Asia)’는 올 들어 최대 규모를 나타냈다.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선진국 증시와 달리 아시아 주요 증시는 ‘바이 아시아’에 힘입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으며 아시아 주요국 통화도 대부분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

○ 아시아 증시, 통화 강세

지난달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글로벌 펀드자금은 36억7800만 달러로 올 들어 가장 많았다. 유럽 재정위기가 고조됐던 5월 22억 달러 이상을 팔아치웠던 글로벌 펀드자금은 6월 10억7500만 달러를 사들이며 아시아 증시로 빠르게 귀환한 이후 ‘바이 아시아’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반면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펀드에서는 4월부터 7월까지 넉 달째 자금이 유출되며 총 130억 달러 가까이 빠져나갔다.

‘바이 아시아’에 힘입어 최근 코스피 1,790 선을 돌파한 한국 증시 외에도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상당수 아시아 증시가 7월 말 연중 최고점을 찍었다. 특히 2분기 경제성장률이 두드러졌던 한국(23억8600만 달러)과 인도(26억100만 달러) 증시로는 지난달에만 2조∼3조 원의 막대한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졌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달러가 최근 약세를 이어가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태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주요국 통화는 달러 대비 연중 최고치에 근접하거나 경신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009년 3월 고점(1570원) 이후 최근 1160원대로 내려앉으며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달러 대비 1만 루피아를 웃돌던 인도네시아 환율도 8930루피아까지 떨어졌다.

아시아의 힘은 미국 증시에서도 나타났다. 대우증권이 미국 다우지수 종목을 분석한 결과 아시아 수요에 의존하는 기업이 최근 미국 증시의 반등을 이끌었다. 아시아 매출 비중이 20% 이상인 인텔, P&G, 코카콜라, IBM 등 10개 종목의 상승률이 다우지수 평균 상승률보다 훨씬 높았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선진국 경기가 완만하게 하강한다면 아시아의 내수 성장이 선진국의 성장 둔화를 완충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선진국과의 금리 차 더 커져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아시아의 힘은 탄탄한 펀더멘털에서 온다고 입을 모은다. 선진국은 재정적자 문제, 디플레이션 우려 등의 리스크 요인이 아직 남아 있는 반면 아시아 신흥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이 작았던 데다 경기회복도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분석이다.

현재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며 출구전략을 가시화한 세계 12개국 가운데 한국 인도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신흥국이 6곳이나 된다는 점도 이들 시장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최근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우려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수그러들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지고 있는 것도 아시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민정 삼성증권 선임연구원은 “금융위기로 인한 초저금리로 글로벌 유동성이 풀려있는 상태에서 선진국에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자금들이 아시아 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아시아 시장의 자산가격을 올리고 구매력을 뒷받침해 주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신흥국에 대한 글로벌 자금의 러브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 이후 글로벌 유동성이 커진 데다 미국과 유럽의 금리인상이 지연되면서 선진국과 아시아 신흥국의 금리 차이는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선진시장은 저금리가 계속되고 아시아 시장은 앞으로 금리가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금리차를 노린 글로벌 자금 유입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자금 유입이 과도할 경우 아시아 시장의 버블을 야기할 수 있고 신흥국의 금리인상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 연구원은 “선진시장 경기가 좋아져 글로벌 자금이 한꺼번에 아시아 시장에서 빠져나가면 환율 급등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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