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상속-증여세와 기업경영’ 전문가 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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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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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 상속세율 75% … 强小기업 발목”
“투명한 소득-법인세 과세 먼저 이뤄져야”

■ 가업상속 공제는…

“일본은 공제한도 없어”
“한국 40% 공제로 충분”

■ ‘富의 대물림’ 문제는…

“상속세, 이중과세 측면 커”
“스스로 부정이미지 털어야”

7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이현석 대한상의 전무, 이전오 성균관대 법대 교수,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 한금태 삼영기계 대표(왼쪽부터)가 상속·증여세 논란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변영욱 기자
7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이현석 대한상의 전무, 이전오 성균관대 법대 교수,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 한금태 삼영기계 대표(왼쪽부터)가 상속·증여세 논란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변영욱 기자
최근 들어 ‘작지만 강한’ 강소기업의 중요성이 부쩍 강조되면서 경제계에서는 중소기업의 가업승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경영자의 70% 이상이 “상속·증여세 부담이 가업 인계에 애로로 작용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는 7일 ‘상속·증여세가 기업 경영과 경제에 미치는 역할’을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이전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에는 이현석 대한상의 전무,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 한금태 삼영기계㈜ 대표가 패널로 참석했다.

○ 최고 세율 50%지만…

―상속·증여세는 대표적인 정책세제다. 문화, 의식, 국가 정책, 국민 여론과도 연관성이 높은 세제라 각국마다 사정이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어떤가.

▽이현석 전무=기업으로선 세율도 높고 여러 문제가 많다.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현행 최고 50%의 세율을 소득세 수준인 30%대까지 낮춰야 하고, 장기적으로 기업에 한해서는 다른 나라들이 도입하고 있는 자본이득세(추후 재산처분 시 세금 부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한금태 대표=미국도 우리처럼 상속세 세율이 최고 50%다. 그런데 미국은 물려주는 사람이 세금을 내도록 돼 있어 물려주는 자산의 50%를 세금으로 내면 된다. 반면 우리는 상속받는 사람이 세금을 내야 한다. 가업을 물려받는 자녀들이 보통 나이가 30대 후반 정도다. 자산을 처분하지 않는 한 자녀가 그 세금을 낼 수가 없다. 그래서 부모가 대신 내줄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대신 내준 세금 부분에 또 50%의 세금이 붙는다. 75%의 세율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 또 지방세 등이 붙어 대를 이어 기업을 발전시키고 싶은 열정을 꺾어 놓는다.

▽최영태 소장=상속세 구조에서 사실 불만을 갖는 부분은 유산 상속 부분이다. 선대가 기업을 하다가 돌아가셔서 승계도 제대로 안 됐는데 세금을 많이 부과한다는 것이다. 현행 상속세제는 소득세가 불완전하고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가 충분하지 않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소득세의 탈세 가능성을 고려한 과세 구조는 논의해 볼 부분이다.

○ 중소기업의 가업상속 공제 확대 논란

―상속세는 중소기업이 가업을 이어 발전시키는 데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데, 현실은 어떤가.

▽최=중소기업의 가업상속에 대해서는 상속재산의 40%를 공제해 주는 제도가 있다. 20년 이상 경영한 중소기업은 최대 100억 원까지 공제된다. 또 3년 거치에 12년 분할해서 낼 수 있다. 상속자가 경영을 선대만큼 잘해서 기업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정도라고 본다.

▽이=중소기업의 가업승계는 일반적인 상속과 구분해야 한다. 일본은 대를 이어 수백 년 이상의 전통을 유지하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 많다. 가업승계가 계속 이루어지면 특히 경영 노하우, 특화된 전문 기술 등이 존속된다. 반면 우리는 규모는 작지만 세계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는 강소기업이 많지 않다. 2009년부터 개선이 되어 40%까지 가업상속 공제를 해주지만 100억 원까지 한도를 두고 있다. 일본은 공제율이 80%인 데다 한도도 없다.

▽한=증여나 상속을 고려하면 투자를 안 하게 된다. 투자를 하면 자산가치가 늘어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 그래서 시설 투자 대신 배당을 늘려 기업 가치를 그대로 두려 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30년 이상 회사를 이끌고 있는데 영속되기를 바란다. 자녀 중에서 잘할 수 있는 사람한테 맡기겠다는 생각으로 관련 전공을 공부시켰다. 각자 잘하는 분야에 하나씩 맡겨 시너지를 내고 싶은데 현행법은 한 사람한테 가업을 승계할 때만 40% 면제를 해 주니 이 또한 걸림돌이다.

○ 기업 부정적 인식부터 개선해야

―정부에서 상속세율을 낮추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내기도 했지만 부자 감세나 부의 대물림이라는 여론이 있는데….

▽이=연간 2조7000억 원 정도의 상속·증여세가 걷히는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0.27%로 세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이 정도로 사회적 형평성을 제고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상속·증여세는 기업 경영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투자 저해 요소가 된다. 이중과세 측면도 상당하다.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법인세, 소득세 등을 냈는데 또 부과하는 것이다. 그래서 유산 처분 시점에서 이익이 실현됐을 때 과세하는 자본이득세로 전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최=사실 유산세라 할 수 있는 상속세는 불투명한 세무행정 때문에 생겼다. 유산세를 폐지하려면 우리나라 소득세제나 법인세제가 정상적으로 과세가 잘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국민이 납득할 정도로 세무행정이 투명해야 한다. 최근까지 변칙상속 문제 등으로 사회 갈등도 겪었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는 시점까지 노력해야 한다.

▽한=일본에서는 현대 사회 영웅으로 기업인들이 뽑힌다. 하지만 우리는 기업이 부정축재로 재산을 모았다는 부정적 인식이 많다. 규제 탓이 크다. 규제가 하도 복잡하게 얽혀서 지키기가 힘들 정도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고용의 88%를 책임지고 있다. 일자리 만들기의 우선 과제는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이라고 본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동아일보 변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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