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현대그룹과 재무개선 약정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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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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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기업이름 공개돼 해외영업 차질”

현대그룹이 해운경기 침체와 대북사업 악화의 영향으로 올해 재무구조개선 약정(MOU)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달 약정을 맺으면 앞으로 약정 내용에 따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17일 금융 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현대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다른 채권은행과 재무구조평가위원회를 열어 이달 말까지 현대그룹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기로 결정했다. 현대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지난해 5653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고 대북사업을 담당하는 현대아산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현대그룹은 10년 넘게 이어온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사업이 최근 중단된 데 이어 그룹이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으로 선정되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경기가 좋아져 투자를 해야 하는 마당에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으라는 것은 가혹한 조치”라며 “비공개로 진행해야 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기업 이름이 거론되니 당황스럽다. 해외영업이 많은 현대상선에는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약정 체결 대상으로 거론되던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의 실적이 올해 들어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재무구조개선 약정보다는 재무구조개선 자율협약이 맞다”고 주장해 왔다. 현대상선은 올해 1분기에 116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채권단은 본격적으로 해운 경기가 호전됐다고 보기 힘들고 대북사업 악화의 영향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경우 향후 부실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현대증권,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엠, 현대아산, 현대유엔아이, 현대경제연구원, 현대투자네트워크 등 12개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그룹 기준으로 총매출은 지난해 12조7800억 원인데 이 중 현대상선 매출이 62%를 차지한다.

현대그룹 외에 해운경기 악화로 어려움을 겪어온 성동조선과 SPP조선이 올해 새로 약정 체결 대상이 됐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성동조선과 SPP조선 약정 체결 여부를 금융감독원과 협의하고 있으며 이달 재무구조평가위원회를 열어 최종 확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한진그룹, 동부그룹, 애경그룹, 대한전선, 유진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약정 대상에 포함됐다.

채권은행들은 선정된 그룹으로부터 재무개선 계획을 받아 이달 말까지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또 계열사 매각, 부채 감축 등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유도할 계획이다. 만약 약정 내용을 이해하지 않을 경우 신규 자금 지원을 중단하거나 기존 대출을 회수할 수 있다. GM대우, 하이닉스, 동양그룹, 대주그룹, 아주산업은 지난해 약정을 체결했지만 올해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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