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프랑스産 요리경영’ 맛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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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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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르티제 르노삼성車사장

경영과 요리는 닮은꼴 ‘실행예술’… 재료 같아도 솜씨가 결과 좌우
사람 믿고 업무분배… 선택과 집중
일 바빠도 다양한 취미생활 즐겨

장마리 위르티제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은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프랑스인. 올해 1월 제주 서귀포시에서 열린 ‘뉴SM5’ 설명회에서 위르티제 사장이 와인 잔을 들고 건배를 제안하고 있다. 사진 제공 르노삼성자동차
장마리 위르티제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은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프랑스인. 올해 1월 제주 서귀포시에서 열린 ‘뉴SM5’ 설명회에서 위르티제 사장이 와인 잔을 들고 건배를 제안하고 있다. 사진 제공 르노삼성자동차
장마리 위르티제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은 매우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프랑스인인 그는 영어, 스페인어, 독일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한글도 읽고 쓸 줄 안다. 르노그룹에 합류하기 전에는 정유회사와 토목회사에서 프로젝트 책임자를 맡았던 정통 공학도이며 경영학석사(MBA) 학위도 있다. 소문난 ‘일벌레’이지만 취미도 무척 많다. 요트, 테니스, 조깅, 등산, 스키, 스케이트 등이 그의 취미 리스트 중 일부다. 미국인 부인도 뉴욕에서 스케이트를 타다가 만났다고 한다.

○ 소문난 일벌레, 취미도 많아


그의 많은 취미 중 ‘최고경영자(CEO)=근엄한 중년 남성’이라는 공식이 통하는 한국 사회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요리다. 올해 초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정식으로 꼬리곰탕 요리를 배우는 모습이 한국 언론에 소개돼 화제가 됐었다.

지난달 서울 중구 봉래동 르노삼성차 사무실에서 만난 위르티제 사장은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프랑스에서는 요리가 하나의 예술로 꼽힐 정도로 중요하다. 대화의 주요 주제이기도 하다”고 자신이 요리를 즐기는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어머니의 요리 솜씨가 뛰어나 어렸을 때부터 맛있는 가정식을 먹고 자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훌륭한 음식과 요리의 중요함을 몸에 익히게 됐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한 것은 독립을 하고 나서부터다. 따로 학원을 다닌 것은 아니지만 친구들과 함께 자취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요리 실력을 키웠다고. 그는 “프랑스에서는 친한 사람들과 함께 요리를 하는 것이 일종의 놀이이자 문화”라며 “서로 재료를 들고 한집에 모여 같이 요리를 하는 ‘포틀럭(potluck) 파티’를 하곤 한다”고 말했다. 요즘은 바빠서 자주 하지는 못하지만 지금도 집에서 가끔 간단한 요리를 한다고 했다.

한국 음식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직접 요리법을 배운 꼬리곰탕이라고 했다. 지방이 많은 고기에 여러 가지 채소를 넣어 끓이는 스튜인 프랑스 요리 ‘라구’와 비슷해 입맛에도 맞고 인삼이나 대추도 좋아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나는 고전파”라며 “몸에 좋은 시골풍 스타일 음식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인의 식도락에 와인이 빠질 수 없다. 직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는 폭탄주도 잘 돌리는 그이지만 폭탄주에 대한 관심이 와인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누를 정도는 아니다. 지난해에는 새 임원진 환영 회식을 열면서 와인을 주문했다가 테이스팅했을 때 맛이 안 좋아 그 자리에서 거절한 적도 있다. 그때 위르티제 사장은 “프랑스 사람으로서 이런 신선하지 않은 와인을 여러분에게 맛보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 “여가 꼭 지켜 균형 잃지 말라”

2006년 2월 그가 부임한 뒤로 르노삼성차는 승승장구하는 실적을 내고 있다. 2005년 판매량은 내수와 수출을 합해 11만9000여 대였으나 지난해에는 18만9800여 대가 됐고, 매출액은 2조1900억 원에서 3조6561억 원으로, 임직원 수는 5750여 명에서 7500여 명으로 늘었다. 그 사이 발표한 ‘뉴SM3’와 ‘뉴SM5’ 등의 신차도 시장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위르티제 사장은 “경영과 요리는 ‘아트 오브 엑서큐션(art of execution)’이라는 점이 같다”고 말했다. 직역하면 ‘실행의 예술’ 또는 ‘솜씨의 기술’ 정도로 번역될 이 표현에 대해 그는 “경영과 요리는 모두 목적으로 하고 있는 어떤 결과물이 있으며, 세계 최고의 참고서를 똑같이 본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같은 결과물을 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솜씨’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출범 10년을 맞는 르노삼성차의 성공 비결을 설명하면서도 ‘좋은 요리’를 비유로 들었다. 삼성자동차가 남긴 좋은 유산을 르노그룹이 솜씨 있게 잘 활용했다는 것이다.

인터뷰를 하면서 ‘이 사람은 참 인생을 열정적으로 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르티제 사장은 그런 열정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 대해 “스스로 좋아해서 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럴 수 없다면 직장을 바꿔야 한다”며 “그래도 일은 일이기 때문에 언제나 즐거울 수는 없고, 재충전을 위해 여가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원들에게도 ‘휴(休) 경영’을 얘기한다. 2007년에는 창립기념일 휴무를 추석 연휴 직후로 옮기고 개인 휴가를 쓸 수 있게 해 추석 기간 무려 9일을 쉬게 한 적도 있다.

위르티제 사장은 “업무와 여가 사이의 균형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배우자, 가족 등 사랑하는 사람과의 감정적인 조화를 잃지 말라”고 말했다. 실제 그도 대부분의 취미를 부인과 함께 즐긴다. 그는 또 “다른 사람이 어떤 삶을 사는지, 다른 문화가 어떤지 이해할 수 있다는 것도 여가를 통해 누릴 수 있는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도대체 그 많은 일을 처리하면서 여가 시간은 어떻게 확보하는가’라는 질문에 위르티제 사장은 “우선 업무를 적절히 분배해야 하고, 둘째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며 “업무에 대해 통제권을 갖고 사소한 일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업무 분배를 잘하려면 먼저 사람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며 “그러지 못하면 삶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장마리 위르티제 사장은 ▼

―1951년 1월 프랑스 투르 출생
―1973년 프랑스 국립 교량-도로대 졸업(토목공학 전공)
―1977년 우드워드 클라이드 컨설팅 토목공사 프로젝트 책임자
―1980년 에소석유주식회사 정유기획 및 조정부서 총책임자
―1988년 르노그룹 제조본부 산업기획팀 책임자
―1992년 르노그룹 해외사업본부 해외프로젝트 책임자
―1997년 라틴아메리카 북부 지역 르노 오퍼레이션 총책임자
―2006년∼현재 르노삼성자동차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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