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칼럼]녹색만능시대에 떠오른 ‘파리 그린’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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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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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쏟아내는 화려한 ‘그린경영’ 구호
비즈니스의 핵심인 사람에 대한 배려는…


녹색은 자연, 조화, 공감을 상징한다. 색채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녹색이 감정을 다스리고 스트레스도 해소시켜 준다. 이슬람세계에서 녹색은 알라 신과 자연을 상징하는 신성한 색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란 등 이슬람 국가의 국기를 보면 녹색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리비아 국기는 아예 녹색뿐이다.

하지만 자연과 생명을 상징하는 녹색이 한때 ‘죽음의 색’으로도 불렸다. 1814년 독일 슈바인푸르트의 한 염료공장에서 구리를 비소에 용해시켜 선명한 녹색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자연의 색감을 살린 이 인공 녹색은 ‘슈바인푸르트 그린’, ‘에메랄드 그린’으로 불리며 불꽃놀이의 재료나 옷감 벽지 그림의 안료로 쓰이기 시작했다.

사람이 만들어낸 이 색에는 치명적인 독성이 숨어 있었다. 아름다운 색에 눈이 멀어 무엇보다 먼저 챙겼어야 할 사람을 고려하지 못한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독약인 비소가 습기에 노출되면서 대기로 흘러나왔고 사람들은 원인도 모른 채 쓰러져갔다. ‘녹색 옷을 입으면 단명한다’는 괴담까지 돌았다. 실제 19세기 인상파 화가인 세잔은 만성 비소중독 증상인 당뇨병을 앓았다. 눈이 먼 모네와 정신병을 앓았던 고흐도 물감에 쓰인 수은, 납, 비소중독이 원인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 합성물질의 독성이 얼마나 강했으면, 파리의 지저분한 하수구의 쥐를 잡는 데도 쓰여 ‘파리 그린(Paris green)’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결국 파리 그린의 사용은 금지됐다.

21세기에 녹색은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녹색은 인류의 미래와 희망을 상징하는 색이 됐다. 비즈니스와 투자 아이디어도 ‘녹색’, ‘그린’이라는 말이 붙지 않으면 구닥다리 취급을 받을 정도로 세상은 온통 ‘녹색 물결’이다.

녹색이 흔해져버린 ‘그린 인플레’의 시대에 문득 ‘파리 그린’의 악몽이 떠오른다. 기업들이 쏟아내는 화려한 구호 속에서 비즈니스의 핵심인 ‘사람’에 대한 고려와 전략적 배려가 많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와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최근 세계 각국 기업의 임원과 관리자급 간부 15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 이상이 회사가 지속가능 경영을 추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회사가 지속가능 경영을 보여주는 명확한 비즈니스 사례를 개발했다’는 응답은 전체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산화탄소나 유독물질 절감, 재활용을 위한 상품 및 프로세스 디자인과 같은 기본적인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응답도 절반 이하였다. 겉으로 ‘그린’을 외치면서도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했거나 조직원의 인식과 태도를 바꾸는 데 실패했다는 뜻이다.


자원고갈, 환경오염, 기후변화에 시달리는 요즘 ‘그린 경영’이 기업에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하지만 조직구성원에게 ‘그린 경영’이 주는 비즈니스의 편익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녹색 인재’와 ‘그린 팀’을 키우는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오히려 조직 내부에 불필요한 비용과 전략적 혼선만 초래하는 ‘독’이 되거나 브랜드의 신뢰도를 갉아먹는 ‘녹색 괴물’이 될 수도 있다. 실체가 없는 위장술 ‘그린 경영’은 사회적으로도 부도덕하다. 사람이 빠진 ‘그린 경영’은 ‘파리 그린’의 어두운 그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박용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 기자 parky@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6호(2010년 5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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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 Report / 나이트클럽이 녹색경영? 댄스를 동력화하면 되잖아

혁신적인 친환경 기술을 개발해야 녹색 경영을 실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영국의 클럽4클라이미트는 춤추는 사람들이 바닥을 두드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로 매장에서 필요한 전력의 60%를 공급받는 ‘댄스 동력 나이트클럽(Dance-powered nightclub)’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도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클럽을 방문한 고객에게 입장료를 할인해 준다. 또 매장에서는 재활용 건축 자재와 재활용수를 사용한다. 이 외에도 나이키는 버려진 운동화를 활용해 운동장 바닥재, 기능성 스포츠웨어 등을 제조하는 재활용 사업에 진출했다. 미국 솔라비는 태양 발전 물 순환 설비를 저수조, 폐수 저장조, 호수 등에 띄워 물의 순환을 유도한다. 간단한 장치로 녹조 현상 억제, 처리약품 절감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활 속의 작은 실천이나 간단한 아이디어만으로 상당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녹색 경영 기법들이 많다. 글로벌 기업들의 다양한 녹색 경영 사례를 분석했다.

▼MIT Sloan Management Review / 재앙 부르는 역기능 모멘텀…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나


2000년 미국 뉴멕시코 주에서 관목을 태우는 작업을 하던 소방관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이미 꺼졌다고 생각했던 불씨가 자꾸만 살아나더니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꼽히는 세로그란데 화재로 이어졌다. 불꽃을 곧 진압할 수 있다는 자만심 때문에 초기 대처에 소홀했고 결국 10억 달러의 재산 피해를 봤다. 이처럼 진로를 수정해야 한다는 신호가 등장해도 잘못된 원래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현상을 ‘역기능 모멘텀(dysfunctional momentum)’이라고 한다. 역기능 모멘텀을 극복하려면 일부러 외부로부터 방해를 받거나 자신이 직접 방해 요인을 만들어내야 한다. 또 의도적인 겸손을 연습해야 한다. 유능한 소방관들은 자신의 기술과 능력에 자신감을 갖고 있더라도 절대 이를 밖으로 표출하지 않는다. “20년간 대형 화재를 진압해 왔으니 이번 일을 제게 맡겨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화재는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이번에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진정 유능한 소방관이다. 소방관들의 행동 분석을 토대로 역기능 모멘텀을 막을 수 있는 실전 솔루션을 제공한다.

▼신동엽 교수의 경영 거장 탐구 / 유능한 냉혈한보다 가슴 따뜻한 바보가 뜨는 이유


업무 능력은 출중하나 인간성이 엉망인 사람과, 능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훌륭한 감수성과 인품을 지닌 사람이 있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전자를 선호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조직의 본질을 ‘사람’의 조합이 아니라 ‘업무’의 조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직을 업무의 조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조직 운영에서 인간적 요소를 철저히 배제한다. 효율성의 극대화, 성과급 중심의 동기 부여 등을 최고 가치로 삼는다. 반면 조직을 사람의 조합으로 보면 상호 존중과 인정, 직무 만족과 사기, 사내 인간관계, 의사소통 등을 중요한 가치로 삼을 수밖에 없다. 20세기 대량생산 시대에는 기계적 조직이 성과를 내는 데 유효했다. 하지만 21세기 창조 경영 시대에는 조직을 사회적 공동체로 인식하고, 구성원들의 소통과 협력이 늘어나야 성공할 수 있다. 최근 학계에서도 ‘유능한 냉혈한’보다 ‘마음 따뜻한 바보’가 조직 성과에 더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단순히 정보와 지식만 모으는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을 넘어 조직원들의 관심, 열정, 정서적 공감대를 모으는 하트스토밍(Heart storming)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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