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10시 반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그랜드볼룸. 양문형 냉장고와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 번쩍거리는 ‘백색가전’ 25개가 일렬로 서 있었다. ‘클라쎄’ 마크가 찍힌 이 제품들은 모두 대우일렉트로닉스가 내놓은 신제품. 인조가죽을 씌운 냉장고, 1인 가정을 겨냥한 소형 전자레인지, 월 소비전력 31kWh의 절전형 냉장고 등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이 많았다. 매년 신제품을 내놓고 발표회를 갖지만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 세 품목을 한자리에 모아 대대적으로 행사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행사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대우일렉은 굳건하다”라는 것.
대우일렉의 매각 작업은 이미 두 차례 실패로 돌아갔다. 현재 이란계 가전업체인 엔텍코프 인더스트리얼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세 번째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행사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이번엔 뭔가 잘될 것 같아 대대적인 신제품 발표회를 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감의 배경에는 최근 실적도 한몫했다. 대우일렉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1272억 원으로 2008년보다 40%가량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410억 원으로 13배 늘었다.
이성 사장은 매각 작업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이 사장은 “2개월간 실사가 진행된 뒤 이르면 7월에 협상이 완료될 수도 있다”며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또 “워크아웃 과정에서 1만5000명에 이르던 직원이 1300명으로 줄었고 이미 구조조정 작업을 통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을 정리한 상태라 새로 인수하는 회사는 부담을 덜었다”며 매각 후 인력 구조조정이 불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사장은 ‘대우일렉트로닉스’라는 브랜드는 지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 사장은 “세계 시장에서 대우 브랜드의 위상은 괜찮은 편”이라며 “매각 후 오히려 브랜드 마케팅에 투자를 늘려 글로벌 시장에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신제품 발표회는 열었지만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경쟁사처럼 대대적인 마케팅을 할 만한 여력은 없는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대우일렉 측은 경쟁사 제품들보다 저렴한 가격의 ‘보급형’ 위주로 제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대우일렉 디자인연구소 백기호 상무는 “한국의 가전시장은 업체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터프한’ 시장이기에 여기서 살아남는다면 어느 해외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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