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WINE]‘만년 2위 소믈리에’ 바세 드디어 우승… 그 열정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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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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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년 동안 ‘만년 2등’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했던 제라르 바세가 드디어 세계 최고 소믈리에 타이틀 획득에 성공했다. 16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폐막한 ‘제13회 세계 최고 소믈리에 선발전’에서 프랑스 태생의 영국인이 총 48개 나라에서 모인 최고 소믈리에를 모두 제쳤다. 이날 우승으로 그는 ‘와인 마스터(MW)’와 ‘마스터 소믈리에’에 이어 ‘세계 최고 소믈리에(World Best Sommelier)’라는 와인업계의 최고 타이틀을 모두 차지하게 됐다. 이런 성과를 축구로 비유하자면 올림픽 금메달과 월드컵을 차지한 것과 같고, 선수 개인의 역량에 비유하자면 공격(실무)과 수비(이론) 모두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과 다름없다.

이번 수상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그의 지칠 줄 모르는 도전과 열정 때문이다. 29세에 프랑스 국가 공인 소믈리에 자격증을 딴 그는 4년 후 와인뿐만 아니라 하드리커, 시가 등 주류 전반에 관해 최고 전문가에게 수여하는 마스터 소믈리에 자격 획득에 성공한다. 1969년 첫 시험이 치러진 이래 지금까지 171명만이 획득한 자격이다.

그는 1998년에는 마스터 소믈리에보다 더 광범위한 와인 관련 분야를 다루며 좀 더 깊이 있고 학술적인 지식을 갖춘 이에게 수여되는 와인 마스터 최종 시험에 합격했다.

아시아인으로서는 2008년에 홍콩 국적의 동포 지니 조 리(한국명 이지연)가 처음으로 획득에 성공한 타이틀이 바로 와인 마스터다. 1953년 첫 시험이 실시된 이래 지난해까지 자신의 이름 뒤에 ‘MW’라는 타이틀을 단 사람은 290명밖에 안 된다.

다시 9년이 흘러 2007년, 제라르 바세는 최우수 논문상과 최고 졸업생이라는 영예를 거머쥐며 보르도 와인 MBA를 마쳤다. 그리고 올해 4월 16일, 남들은 은퇴를 생각할 54세라는 나이에 세 번이나 준우승에 머물렀던 대회에서 끝내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국가별, 대륙별 대회 등 숱한 소믈리에 대회에서 1위를 놓친 적이 없는 그지만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는 유난히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 2004년에는 열아홉 살이나 어린 소믈리에에게 우승 트로피를 뺏겼고, 재도전한 2007년에도 스웨덴 출신의 1972년생 소믈리에에게 석패하고 말았다.

번번이 우승의 길목에서 고배를 마신 그가 다시 같은 대회에 출전해 마침내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은으로 된 마투살렘(6L들이 샴페인병)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사진 속 모습은 감동적인 영화의 완벽한 해피엔딩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참고로 언급하자면 세계 최고 소믈리에를 뽑는 대회는 1969년에 처음 개최돼 3년마다 열리고 있다. 영국인 우승자가 나온 것은 바세가 처음이다.

김혜주 와인칼럼리스트


●이번 주의 와인
그리녹 크리크 셀라즈 앨리스 시라즈

펜폴즈의 그랜지, 헨시케의 힐 오브 그레이스와 더불어 그리녹 크리크 로엔펠트 로드 시라즈는 호주의 최고 시라즈를 대표한다. 총 8종의 와인을 생산하는 그리녹 크리크에서 앨리스 시라즈는 가장 대중적인 와인이지만 생산량은 1만5000병밖에 되지 않는다. 첫 빈티지인 2000년부터 최근 빈티지까지 모두가 와인 애드버케이트에서 90점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20년 동안 장기 보관이 가능한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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