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내소통 ‘누가누가 잘하나’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4월 19일 03시 00분


삼성전자
사내매 체에 정보 우선 공급

LG전자
CEO-사원들 장시간 토론

KT

직원 집에 사내방송 연결

SKT
인트라넷 소통게시판 마련


KT 직원 가족들이 자택 거실에서 인터넷TV(IPTV)를 통해 KT의 ‘집으로 찾아가는 사내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KT는 사내 소통 강화를 위해 16일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 제공 KT
KT 직원 가족들이 자택 거실에서 인터넷TV(IPTV)를 통해 KT의 ‘집으로 찾아가는 사내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KT는 사내 소통 강화를 위해 16일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 제공 KT
KT의 인터넷TV(IPTV)인 쿡TV에는 ‘KBN’이라는 아무나 볼 수 없는 채널이 있다. KT 직원의 가족들만 시청할 수 있는 KT의 사내방송이다. KT는 16일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집으로 찾아가는 사내방송’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통신회사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IPTV를 가진 사원들의 가정에서 사내방송을 볼 수 있게 한 것. 가족들에게 회사 소식을 알리면서 직원과 가족들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쌍방향 의사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KT는 6월 1일부터 전 직원의 가정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사내방송을 보면서 가족들은 방명록에 기록도 남기고 설문조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사내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방송이나 토론, 사내 매체 활용 등 소통의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경영 이론에 따르면 소통을 통해 직원들의 만족도가 올라가면 고객들에게 그 만족도가 전달된다.

LG전자 남용 부회장은 최근 연구개발(R&D), 사무직, 마케팅, 생산 등 4개 직군 중 1980년 이후에 태어난 직원들을 따로 만났다. 주로 사원과 대리급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이들 젊은 직원이 가진 강점을 조직의 경쟁력으로 이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 만남은 단순히 남 부회장이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3시간에 걸쳐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한 뒤 남 부회장이 이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10년 후의 LG전자의 모습’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것이다. ‘혁신은 경직되고 수직적인 조직에서는 일어날 수 없다’는 남 부회장의 평소 지론에 따라 최고경영자(CEO)가 사원들과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관계를 맺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달 24일 오전 9시 반경.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인 이인용 부사장이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 사실을 발표하는 순간, 현장에 있던 삼성 직원은 사내 홍보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발표 시작했습니다”라는 한마디에 사내 홍보 담당자는 즉시 사내 매체인 ‘미디어 삼성’에 이 회장의 복귀 사실을 올렸다. 그동안 ‘왜 회사 소식을 외부 매체를 통해 먼저 알아야 하느냐’는 직원들의 불만이 여러 차례 제기됐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앞으로도 중요 뉴스는 임직원에게 가장 먼저 알릴 방침이다.

삼성그룹은 기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젊은 인력이 애사심을 가지고 일 할 수 있도록 젊은 방식의 사내 소통을 시작했다. 삼성 관계자는 “‘관리의 삼성’ ‘무거운 삼성’ ‘하드웨어의 삼성’과 같은 이미지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소프트웨어를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삼성그룹은 지원자로 구성된 37명의 미디어삼성 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삼성 관계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일류기업의 위기 시리즈’ ‘그룹 내 동명이인 모음’ 등의 인기 기사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SK텔레콤 인트라넷에는 직원들이 정만원 사장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소통한마당’ 게시판이 있다. 여기에서는 회의 때 논의되었던 경영방침과 CEO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공간, 리더십·팔로어십을 공유하는 공간, 주제와 상관없이 구성원들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는 익명 게시판 등이 있다. 정 사장은 이 ‘소통한마당’을 둘러보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고 한다. SK텔레콤은 이곳이 소통을 위한 공동 커뮤니티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경제연구소 예지은 수석연구원은 “사내 소통 강화는 신세대와 여성 등 기업 내 인력 구성이 다양해지면서 이들이 회사에 충성심과 애사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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