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저가항공 국내선 점유율 1위 ‘에어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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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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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비용-시간 줄여라” 맞춤 서비스로 쾌속 비행


부산은 비즈니스 - 제주는 가족관광
항공 노선별 타깃고객 명확히 설정
인터넷 판매비중 60%… 무인발권도


국내선 ‘김포∼부산’ 노선은 저비용 항공사의 무덤으로 불린다. 대형 항공사는 물론 땅 위의 KTX와도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저비용 항공사들은 이 노선에 취항했다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손을 털고 나갔다.

하지만 2008년 10월 취항한 지역 항공사인 에어부산이 야금야금 이 노선을 잠식하더니 어느새 시장 점유율 40%를 돌파했다. 이는 에어부산에 노선을 넘기고 철수했던 아시아나항공 점유율(20%)의 갑절 이상이다.

에어부산은 2009년 10월 ‘김포∼부산’ 노선에서 월별 기준으로 처음 5억 원의 흑자를 냈다. ‘김포∼제주’ 노선을 빼면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국내선 시장의 오래된 통념이 무너진 것이다. 에어부산은 올해 국내선에서 첫 흑자 전환도 기대하고 있다.

신생 지역항공사 에어부산은 어떻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업을 키웠을까. 비결은 서비스 혁신에 있었다. 이 회사는 ‘탐색-구매-이용-이용 후’ 등 서비스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객의 총비용을 줄여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5호(4월 15일자)는 에어부산의 서비스 혁신 전략을 집중 분석한 ‘사례 연구(case study)’ 논문을 실었다.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 하늘과 땅 위에서 ‘샌드위치’ 경쟁 구도


에어부산은 2010년 1분기(1∼3월)에 43만4435명의 승객을 수송해 국내 저비용 항공사 가운데 국내선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켰다. 김포∼부산 노선 점유율은 42.3%로 지난해 말(41.3%)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에어부산은 출범 초기 저비용 지역 항공사를 표방하고, 지분 51%를 보유한 최대주주 아시아나와 ‘공동운항(코드셰어)’을 통해 노선을 물려받는 전략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노선에는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버티고 있었다. 게다가 땅 위에는 속도, 가격 경쟁력, 신뢰성까지 갖춘 KTX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서비스 품질을 높이더라도 항공 시장의 강자인 대한항공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었고 가격을 아무리 낮춘다고 해도 KTX보다 싸게 하기는 어려웠다. 자칫 어정쩡한 품질과 가격을 제시했다가는 ‘중간지점 고착(stuck-in-the middle)’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컸다.

김수천 에어부산 대표는 “2008년 10월 출범 기자회견을 했을 때만 해도 ‘아시아나의 시장 점유율인 20%만 유지해도 선방’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했다”고 말했다.

○ 고객의 ‘가격외 비용’까지 배려

에어부산은 대형 항공사, KTX와의 시장 경쟁 구도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서비스 혁신 전략을 마련했다. 먼저 ‘김포∼부산’ 노선은 비즈니스맨, ‘부산∼제주’ 노선은 가족 단위 관광객으로 노선별로 타깃 고객을 설정하고, 맞춤형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데 역점을 뒀다.

이를 위해 ‘탐색-구매-이용-이용 후’ 등 서비스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가격 외 비용’을 줄이기 위한 혁신을 추진했다. 에어부산의 국내선 항공권의 인터넷 판매 비중은 60%에 이른다. 공항 내의 무인발권기를 이용하면 카운터에서 줄을 서지 않고도 발권부터 좌석 배정까지 업무를 볼 수 있고, 인터넷으로 원하는 좌석도 사전에 선택할 수 있다. 이는 줄을 서서 타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다.

고객들이 비행 시간표를 매번 확인하는 데 따르는 번거로움을 줄여주기 위한 아이디어도 냈다. ‘김포∼부산’ 노선에서 2009년 3월부터 김포에서는 매 시간 30분, 부산에서는 50분으로 출발시간을 고정한 ‘3050’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시 운항에도 신경을 썼다. ‘출발시간이 오락가락하는 싸구려 항공사’라는 저가 항공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에어부산의 운항률은 98.7%, 정시율은 90.4%로 국내 항공사 최고 수준이다. 저비용 항공사지만 연착이나 결항 등의 돌발 상황을 대비해 콜 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주주들은 “비용 절감을 한다면서 콜 센터를 왜 운영하느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하지만 에어부산 경영진은 목표 고객인 비즈니스맨들에게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콜 센터가 필수적이라며 주주들을 설득했다.

○ 원가 경쟁력으로 고객의 구매 비용 절감

에어부산의 ‘김포∼부산’ 노선 요금은 공시 운임을 기준으로 대한항공보다 10% 정도 싸다. 핵심 업무는 인터넷 기반의 정보기술(IT)로 대체하고, 비핵심 업무는 과감하게 아웃소싱 하는 방식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에어부산은 연간 30억∼40억 원을 웹 등 정보기술(IT)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항공기를 빼고 가장 큰 투자다. 실제로 이 회사에서 6500개 기업고객을 담당하는 관리자는 단 한 명이다. 웹을 통해 기업 고객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김포공항의 발권과 탑승 수속 업무는 아시아나에 위탁하고, 콜 센터도 부산 지역 기업에 외주를 줬다. 항공사의 생산성 지표인 항공기 대당 가동 인원은 B737 400 기종을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절반 수준인 40명 정도다.

에어부산은 기업 출장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기업고객 우대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2009년 7월 서울 강남과 김포공항을 연결하는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되면서 KTX와 정면 승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올해 국내선 흑자 전환 기대… 지난달 국제선 첫 취항

에어부산은 탑승 실적에 따라 기업 회원을 A∼E등급의 5단계로 나누고 차별적인 요금 할인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전체 회원이 아닌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할인 혜택을 주기 때문에 마일리지 제도보다 운영비용이 낮고, 적립된 마일리지를 회계상의 부채로 인식할 필요도 없다.

다양한 원가 절감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에어부산은 고객에게 서비스한 신문 중 깨끗한 신문 25% 정도를 골라 재활용한다. 이 내용을 탑승구 입구의 안내문을 통해 고객에게도 알려 친환경 기업의 이미지와 신뢰를 주고 있다. 또 탑승권 발행에 들어가는 종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탑승권 크기를 줄여 연간 1500만 원을 줄였다.

○ 고객의 체감 만족도는 강화

에어부산 승객의 30∼40%는 ‘코드셰어’를 하는 아시아나항공의 회원이다. 아시아나항공 회원인 한주영 씨(43·서울 강남구 일원동)는 “1년에 20여 차례 에어부산을 이용해 김포와 부산을 오간다”며 “신문, 커피 제공 등 기내 서비스와 좌석 예약도 가능하기 때문에 대형 항공사 서비스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에어부산은 어떻게 대형 항공사와 비슷한 만족도를 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타깃 고객이 중요하게 여기는 ‘필수 서비스’는 경쟁 항공사와 비슷하게 유지하되, 나머지 서비스는 최대한 줄이거나 없앴다. 예를 들어, ‘김포∼부산’ 노선에서 비즈니스 고객을 타깃으로 삼고 출범 초기에는 없었던 신문이나 커피 제공 등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두툼한 기내 잡지는 없앴다. 기내 잡지만 없애도 보유한 항공기 5대를 기준으로 1년간 제작비를 제외하고도 4000만 원의 연료비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도착 지역의 숙박, 음식점, 교통편을 안내하고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얇은 지역 정보책자 ‘플라이 앤 펀’을 비치했다.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해 내부고객인 직원에게도 신경을 썼다.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가 떨어지면 고객 서비스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 승무원들이 직접 기내 청소를 했다. 이 결과 승무원들은 고객을 ‘서비스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쓰레기를 만드는 존재’로 인식하게 됐다. 직업적 자부심과 만족도도 떨어졌다. 이 회사는 두 달 만에 승무원의 객실 청소를 중단했다.

○ 수익 기반, 핵심 자원과 프로세스의 확립이 과제

에어부산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흑자를 내지 못한다면 외형만 크고 내실은 없는 저비용 항공사의 실패를 답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국내선 흑자 전환과 국제선 시장의 조기 안착이 과제다. 에어부산은 국내선 시장의 성공을 발판으로 올해 3월 29일 ‘부산∼후쿠오카’에 첫 취항하며 시장을 국제선으로 확대하고 있다.

서비스 혁신을 지속하기 위해 조직 내부의 창의적인 인재 등 핵심 자원과 창의적 조직 문화 등 핵심 프로세스를 확립할 필요도 있다.

김 대표는 “‘3050셔틀 서비스’ 등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직원들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며 “직원 240명의 신생 항공사이기 때문에 창조적으로 일하는 분위기 속에서 혁신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조직 문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저비용 항공사 생존비법 “서비스 신뢰성 확보하라”

저비용 항공사가 일반 항공사와 효과적으로 경쟁하려면 서비스의 ‘신뢰성’과 ‘공감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학계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김병재 상명대 국제통상학과 전임강사와 양석준 상명대 경영학부 조교수가 한국항공경영학회지(제7권 제1호)에 실은 논문에 따르면 고객 개인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쏟는지와 관련된 공감성과, 정시출발 등과 연관된 신뢰성이 구매 의사에 영향을 끼쳤다. 반면 항공 장비나 승무원 옷차림 등과 관련된 유형성, 직원들이 공손하게 고객에게 응대하는지와 연관된 응답성 등은 구매 의사에 유의미한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국내 첫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5호(2010년 4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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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애플은 안 하지만…시장조사는 경영 나침반


시작이 반이다.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려는 기업 입장에서 ‘시작’에 해당하는 게 바로 시장조사다. 하지만 애플은 변변한 시장조사를 하지 않고도 굴지의 히트 상품을 연이어 출시했다. 또 코카콜라는 시장조사에 무려 400만 달러나 지출했지만 고객들의 욕구와 동떨어진 신상품을 출시했다가 거센 역풍에 시달려야 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코카콜라는 ‘전통’,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정서적인 애착’을 간과했다. 그 대신 단편적인 콜라 맛의 음미자로만 고객을 바라보고 시장조사를 실시했다.

코카콜라는 달콤한 맛을 내세운 펩시콜라와의 전면전에서 이기기 위해 ‘뉴 코크’라는 신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코카콜라는 고객의 눈을 가리고 맛보게 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실시해 소비자들이 뉴 코크를 선호한다는 확신을 가졌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고객들로부터 진짜배기(the real thing)를 보존하라는 요구가 쇄도했다.

시장조사를 할 때 제품의 기능적 측면만 중시해서는 안 된다. 문화적인 가치 등 무궁무진한 고객의 욕구를 살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정형화된 설문에만 의존해 시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호 DBR는 ‘입체적’이고 ‘정확’하게 시장조사를 할 수 있는 실전 솔루션을 실었다.

▼MIT 슬론 매니지먼트리뷰/예측 불가의 세상, 코코넛 위기에 대비하라


프랑스의 유명 공대 졸업생으로 파리에서 회사를 다니는 피에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매일 파리 지하철을 타고 출근 소요 시간을 기록했다. 일일 파업으로 열차 도착이 지연될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지하철 승강장이 관광객으로 넘쳐나서 지하철을 놓칠 때도 있다.

하지만 피에르의 통근 시간은 평균치인 43분 주위에 밀집되어 있고, 기껏해야 몇 분의 편차가 나타났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지하철 불확실성’이라 부른다.

회사에 매우 중요한 일이 있다면 조금 일찍 출발해서 ‘지하철 불확실성’으로 인한 지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그런데 피에르가 태국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치명적인 사고를 당했다. 그늘을 찾아 야자수 아래에 앉아 있었는데 코코넛이 머리에 떨어졌다. 발생 가능성이 극히 낮은 사건의 희생양이 된 셈이다. 이는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계획을 세울 수 없는 기이한 일을 가리키는 이른바 ‘코코넛 불확실성’이다.

이처럼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지하철 불확실성과 코코넛 불확실성이 혼재한다. 비즈니스에서 완벽하고 정확한 예측을 하는 건 애당초 불가능하다. 또 통계적인 규칙성이 있다고 해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정확한 예측을 추구하기보다 발생 가능한 다양한 사태에 대비하는 데 더욱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DBR는 ‘코코넛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비해야하는지에 대한 방법을 소개했다.

▼메디치 가문의 창조 경영 리더십/메디치-다빈치 코드: 이 손가락을 보라!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천재 예술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 그가 그린 생애 마지막 작품인 ‘성 세례 요한’은 짙은 어둠 속에서 은밀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키고 있다. 성 세례 요한은 예수 탄생 6개월 전에 태어나 메시아의 도래를 예언했던 선지자다.

성 세례 요한은 광야에서 살았기 때문에 낙타털로 만든 옷을 입고 갈대로 만든 십자가 지팡이를 들고 등장한다. 그런데 다빈치의 그림에서 성 세례 요한은 오른손 검지를 하늘로 향해 세우게 했다. 성 세례 요한의 사명은 메시아 예수를 소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의 손가락 역시 예수를 가리켜야 한다.

하지만 다빈치의 그림 속의 성 세례 요한은 독특하다. 왜일까. 비밀의 열쇠는 15∼17세기 이탈리아 피렌체 경제를 주름잡았던 메디치 가문과 관련이 있다. 오랜 기간 르네상스 시대를 연구한 연세대 김상근 신과대학 교수가 손가락 코드의 비밀을 들려준다. 메디치 가문의 스토리는 창조 혁신을 추구하는 현대 경영자들에게 깊은 통찰력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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