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12년만의 후속작 ‘스타크 2’ 사면초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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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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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이용불가” 판정에
가격도 비싸 게이머 외면

미국 게임개발사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만든 스타크래프트는 한국 e스포츠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임입니다. 1998년 공개 이후 게임 CD가 500만 장 넘게 팔렸고, ‘스타크노믹스(스타크래프트 경제학)’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런 스타크래프트가 올해 중반 12년 만의 후속작 ‘스타크래프트2-자유의 날개’ 공개를 앞두고 사면초가에 빠졌습니다. 15일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스타크래프트2에 대해 ‘청소년(18세 미만) 이용불가’ 판정을 내렸습니다. 폭력성과 비속어 사용, 캐릭터의 음주 장면 등이 문제가 됐습니다. 지난해 베타버전(시험판) 등급이 ‘15세 이용가’를 받았는데 그보다 더 암담한 결정을 받은 셈이죠.

게임물등급위원회 관계자는 “3차원 그래픽으로 바뀌다 보니 잔혹한 장면이 많아 애매하게 ‘15세 이용가’ 등급을 매기느니 아예 ‘청소년 이용불가’를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이 게임의 위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마이크 모하임 회장은 지난해 스타크래프트2를 발표하면서 ‘한글화’를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한국 팬이 많아 각별히 신경을 쓰겠다는 뜻이었죠. 하지만 12년 동안 ‘마린(marine)’, ‘커맨드센터(command center)’ 같은 용어에 익숙했던 게이머들은 ‘해병’ ‘사령부’가 더 어색하다며 무조건적인 한글화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가격에 대해서도 말이 많습니다. 스타크래프트2탄의 ‘PC패키지’ 국내 가격은 6만9000원으로 정해졌습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는 저그, 프로토스, 테란 등 종족 3개 중 원하는 것을 골라 하는 게임입니다. 결국 종족 하나의 패키지 가격이 6만9000원인 셈이라 3개를 다 사려면 20만 원이 넘게 듭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스타크래프트가 처음 나왔던 당시에는 국내 게임 시장이 열악하고 경쟁게임도 없었지만 지금은 국내 게임도 많고 심지어 프로그램을 깔지 않고 인터넷으로 하는 ‘웹 게임’까지 나왔다”며 “아직도 패키지 게임으로 승부를 거는 것은 변화에 둔감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굳게 믿었던 최고의 시장 한국에서 의외의 반응이 나오자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도 적잖은 충격을 받은 듯합니다. 한국 지사의 한 관계자는 “등급 결정이나 한글화 비판에 대해 예상치 못했다”면서 “본사와 상의해 향후 계획을 세우겠다”고 말했습니다. 영원한 1등은 없는 듯합니다.

김범석 산업부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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