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BRAND]석동빈 기자의 ‘Driven’/뉴 SM5

  • Array
  • 입력 2010년 3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조용히… 부드럽게 감싸드는 ‘오랜 벗’같은 그 느낌!
단아하고 정갈한 실내… 승차감 좋아
고객 줄이어 주문 후 2개월 기다려야
최고출력 141마력… 동력성능엔 아쉬움

르노삼성자동차 ‘뉴 SM5’의 조용한 반란이 진행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쏘나타’가 신차 효과와 혁신적인 디자인, 향상된 성능을 바탕으로 큰 인기를 끌자 다소 보수적인 디자인에다 성능도 기존 모델과 비슷한 뉴 SM5는 출시되어도 고전을 면치 못하리란 예상이 많았다.

그런데 그 전망은 빗나갔다. 2월 쏘나타가 1만2217대 팔린 가운데 새로 나온 SM5는 같은 기간 5069대가 판매됐다. 뉴 SM5는 신형 쏘나타 판매량의 4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지만, 르노삼성차의 전국 판매지점이 192개로 현대차 890개의 21%에 불과하고 영업사원도 그만큼 적은 데다 택시 모델이 아직 나오지 않았고, 디자인과 성능면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쏘나타의 영향력이 상당히 강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대성공인 셈이다. 현재 최소 2개월 이상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다.

과연 뉴 SM5의 어떤 점이 소비자들에게 적지 않은 울림을 일으켰는지 일주일에 걸쳐 꼼꼼하게 시승해봤다. 시승한 모델은 풀옵션이 들어간 3093만 원짜리다.

○ 차분함과 보수적인 매력

뉴 SM5의 외부 디자인은 구형 모델에 비해 세련된 맛은 있지만 그렇다고 신선하거나 쏘나타처럼 임팩트가 있지는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뒷모습과 전체적인 보디 실루엣은 괜찮지만 앞모습은 답답하게 보인다는 지적도 많았다. 그런데 처음엔 밋밋하지만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차분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이 의외로 많은게 사실이다. 뉴 SM5는 그런 부분을 잘 파고들었다.

특히 실내로 들어가보자. 프랑스 르노자동차의 터치가 그대로 전수된 인테리어는 쏘나타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아하고 정갈한 느낌을 준다. 스위치나 다이얼 하나하나의 품질감이 높고 끝마무리도 좋은 것이 매력 포인트다. 스위치류의 작동감도 럭셔리카 급에 버금갈 정도로 훌륭하다.

그렇다고 아쉬운 점이 없진 않다. 계기반 액정표시장치의 글자 폰트가 거칠고 오토도어록이 작동하는 소리는 깜짝 놀랄 정도로 커서 조용한 차의 분위기를 해친다. 시트는 3웨이로 허리부분 쿠션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가 경쟁차종과 차별화했지만 기본적으로 등받이가 불룩한 편이어서 몸을 포근히 감싸는 편안한 느낌이 부족했다.

○ 동력성능은 약간 아쉬워

엔진출력은 2.0L급이 거기서 거기라지만 쏘나타에 비해서는 조금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뉴 SM5의 최고출력은 141마력으로 쏘나타보다 24마력이 낮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별다른 불편이 없지만 오르막길이나 탑승자가 늘어났을 때 추월 가속이 다소 더디다는 기분이 든다. 이는 뉴 SM5에 들어간 무단변속기(CVT)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CVT는 변속충격이 전혀 없어 승차감에 큰 도움이 되고 연료소비효율(연비)도 높이지만 출력을 많이 끌어낼 때는 재빠른 가속이 안 되고 밋밋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뉴 SM5는 오르막길에선 생각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야 원하는 가속력이 나온다.

정밀 측정장비로 재어본 0→100km/h 가속시간은 10.8초로 2.0L급으로는 평범한 수준이다. 최고속은 시속 190km까지 나왔다. 시속 160km 이상부터 가속이 느려지기 시작해 시속 180km부터 190km까지는 탄력을 받아야 속도를 높일 수 있다. 공인 연비는 L당 12.1km이고 일반적인 서울 시내주행 연비는 8.0km 안팎, 시속 100km 정속주행 때는 12.5km, 시속 80km 정속주행은 13.5km 정도로 측정됐다. 쏘나타보다 L당 약 1km 정도 연비가 낮다.

브레이크는 밟는 양에 따라 부드럽게 제동력이 증가해 세련된 타입으로 설정됐으며 시속 190km에서 정지까지 풀브레이크를 해도 전혀 밀리는 느낌이 나지 않을 정도로 충분하다. 급가속을 하면서 브레이크 페달을 동시에 밟으면 엔진출력을 차단하며 차를 정지시켜주는 스마트페달도 적용돼 있다.

○ 부드러운 승차감과 평범한 핸들링

출력과 연비는 쏘나타보다 약간 뒤지지만 패밀리 세단다운 부드럽고 안락한 승차감은 뉴 SM5의 최대 장점이다. 쏘나타는 핸들링과 고속안정성이 높아진 만큼 약간 튀는 승차감이지만 뉴 SM5는 나긋나긋하고 노면의 충격을 잘 흡수해줘 편안한 일반 주행에서 더 쾌적하다. 특히 뒷좌석의 공간이나 승차감은 확실히 뉴 SM5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

핸들링 반응은 전혀 스포티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휘청거리거나 코너링이 떨어지는 편은 아니어서 ‘물침대’ 서스펜션이라는 소리는 듣지 않을 듯하다. 다만 시속 150km 이상 고속 영역에서는 차선 이동 후 자세를 잡는 시간이나 정확성은 떨어진다. 하지만 과격한 주행만 아니라면 일상적인 주행에선 충분한 주행성능을 보여준다.

시속 80∼120km로 정속주행할 때 가속페달에 거의 힘을 주지 않고 발을 살짝만 올려도 원하는 속도로 꾸준히 항속할 수 있도록 세팅된 점도 장거리 운행 시 다리의 피로를 줄여줄 듯하다. 외부방음은 쏘나타와 비슷하지만 바닥에서 올라오는 로드노이즈는 확실히 비교 우위에 있어 상당히 정숙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엔진음도 쏘나타보단 조용하다. 최고속으로 주행할 때 파노라마 선루프에서 윈드노이즈가 특별히 발생하지 않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보스’ 오디오의 품질은 만족할 만했고 내비게이션 화면도 대시보드 깊숙이 자리를 잡아 빛반사에 의한 시인성 저하가 적었지만, 시승모델에 음악을 들을 때 자주 이용하는 USB 포트가 없는 점은 아쉬웠다. USB 포트는 옵션 선택에 따라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 안정적인 품질감은 최대 장점

뉴 SM5는 나온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은 모델이지만 제품의 완결성과 완성도 측면에서 3년은 지난 모델처럼 숙성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만큼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이야기지만 뒤집어 보면 신선감은 조금 떨어진다는 뜻도 된다. 반면 쏘나타는 앞으로 약간은 가다듬어야 할 여지가 보이지만 실내외 디자인이 주는 ‘신상’ 같은 이미지는 확실히 앞선다.

스포티한 운전을 좋아하고 패션리더처럼 트렌드를 쫓아가는 타입이라면 쏘나타가,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운전하는 스타일이라면 뉴 SM5를 추천한다. 그동안 2.0L급 중형 세단에서 사실 특징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어 브랜드 이미지, 중고차 가격 등 부수적인 측면만으로 차를 골라야 했지만 이번 쏘나타와 뉴 SM5는 디자인은 물론 동력성능과 성격이 확연히 달라져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의 즐거움이 생겼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