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수출할 최첨단 디지털 原電… 7.0 강진에도 끄떡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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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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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신고리 원전 3, 4호기 건설현장

“공사기간은 돈이다”
모듈화 공법으로 공기단축… 한달 줄이면 300억 버는 셈

친환경 경쟁력 탁월
방사성 폐기물 20분의 1로… 인근 바닷물온도 상승 최소화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될 한국형 신형 경수로 APR1400이 들어가는 신고리 원전 3, 4호기 건설 현장. 3호기는 2013년 9월, 4호기는 2014년 9월 완공될 예정이다. 사진 제공 한국수력원자력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될 한국형 신형 경수로 APR1400이 들어가는 신고리 원전 3, 4호기 건설 현장. 3호기는 2013년 9월, 4호기는 2014년 9월 완공될 예정이다. 사진 제공 한국수력원자력
25일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의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 4호기 건설현장.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대형 트럭들이 굉음을 내며 자재를 실어 나르고 10여 대의 타워크레인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3, 4호기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되는 한국 신형 원자로(APR1400)가 들어가는 첫 원전이다.

3호기는 반구형 지붕을 제외한 몸통 부분이 거의 제 모습을 갖췄다. 바로 옆에 지어지고 있는 4호기는 터파기 공사를 마치고 10여 m 올라온 상태다.

이순형 신고리 제2건설소장은 “해외의 원전 관계자들이 매주 한두 차례씩 찾고 있는데 다음 주에도 UAE에서 원전 관계자들이 오기로 했다”며 “미국이나 프랑스 등 경쟁국에서 굉장히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보안을 위해 가까이에서는 사진을 찍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 신기술로 공기 단축

1400MW급인 APR1400 1기가 생산하는 전력은 돈으로 환산하면 하루 12억∼13억 원에 이른다. 공사기간을 한 달만 단축해도 300억 원 상당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셈. 그렇기 때문에 공기 단축은 원전의 경제성을 높여주고 원전 건설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요소다.

원전 건설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은 공기 단축을 위해 세계 최초로 ‘강판 콘크리트(SC·Steel plate Concrete) 구조 모듈화 공법’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철근과 거푸집을 이용해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을 먼저 만든 뒤 다른 기기를 집어넣었지만 3, 4호기는 계통과 기기 등을 일체화해서 모듈 형태로 시공한다. 이 방법을 쓰면 원통 모양으로 원전의 핵심 구조물인 격납건물(RCB·Reactor Containment Building)을 지을 때 공기가 크게 줄어든다. 설치도 쉬운 데다 거푸집 등 건설 폐기물도 줄고 안전성도 향상된다.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정확한 숫자를 말하려면 더 검증이 필요하지만 공기와 비용이 상당히 줄어드는 것은 확실하다”며 “완공 예정일까지 차질 없이 공사를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고리 3, 4호기는 1월 말 기준 46.33%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3호기는 2013년 9월, 4호기는 2014년 9월에 각각 준공할 예정이다.



○ 안전하고 튼튼하게

이곳에 설치되는 제3세대 신형 경수로 ‘APR1400’은 기존의 ‘OPR1000’보다 발전용량이 40% 크다. 용량이 커진 만큼 안전성에 훨씬 신경을 썼다. 기존 경수로 원전은 리히터 규모 6.5의 지진에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하지만 3, 4호기는 리히터 규모 7.0의 강진에도 문제없도록 설계돼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 만약의 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30분으로 기존 모델의 10분보다 훨씬 늘었다. 정전에 대처할 수 있는 시간도 8시간으로 여유가 생겼다. 원전의 수명도 40년이던 것이 60년으로 연장됐다. 원전을 전체적으로 컨트롤하는 계측제어시스템(MMIS·Man Machine Interface System)도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었다. 특히 지금까지는 모두 외국회사가 제작한 시스템을 이용했지만 3, 4호기에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 시스템이 적용된다. 김종걸 공사관리팀장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훨씬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며 “특히 모든 시스템을 디지털방식으로 전환해 더 정확하고 안전한 원전 운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환경도 고려해 설계

기존의 원전은 인근 바닷물을 냉각수로 사용해 근해의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3, 4호기는 이런 우려를 줄이기 위해 길이 320m의 해저터널을 통해 원전과 먼 바다를 연결한 뒤 수심 24m 아래의 바닷물을 냉각수로 사용하고 배출한다. 근해의 생태계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또 방사성 폐기물의 부피를 줄이는 기술도 적용했다. 2008년 국산화한 ‘방사성 폐기물 유리화’ 기술로 방사성 폐기물을 압축한 뒤 유리로 구조물 안에 가둔다. 방사성 폐기물의 부피를 기존 방식의 2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김 사장은 “해외에 처음 진출하는 발전소를 국내에서 먼저 짓는 것과 마찬가지인 만큼 한 치의 착오도 없이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울산=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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