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뒤숭숭한 1월’은 없다

  • 동아일보

6월로 임원인사 옮기자 연초 人事스트레스 없어
업무추진 연속성 좋아져

해마다 연말, 연초면 각 기업들의 분위기가 뒤숭숭하기 마련이다. 12월에는 인사를 앞두고 승진 대상자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1월이면 자리를 옮긴 주요 임원들이 업무를 파악하고 팀 분위기를 자신에게 맞게 조율하느라 조직 전체 분위기가 붕 뜨기 십상이다. 이런 가운데 두산그룹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를 차분한 분위기에서 보내 눈길을 끌고 있다.

24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이 그룹 계열사들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임원인사가 거의 없었다. 이는 지난해부터 두산그룹이 정기 임원인사를 매년 말에서 6월에 하는 것으로 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도가 바뀐 까닭에 2008년 말 정기 임원인사 이후 이번이 처음으로 정기 인사 없이 보내는 연말연시다.

두산그룹 측은 “단순히 연말연시를 차분한 분위기에서 보내자는 취지가 아니라 실적 평가와 사업계획 실행을 더욱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임원인사를 6월에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매년 말 다음 해의 사업계획을 짜고 나서 바로 임원인사가 나는 것이 업무 추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그룹 관계자는 “사업계획을 짠 사람과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이 다르면 아무래도 업무 추진이 어렵지 않겠느냐”라며 “한 해를 결산하고 다음 해 계획을 짤 때 주요 임원들이 인사에 한눈이 팔려 있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주요 대기업들이 지난해 비상경영을 이유로 임원들에 대한 처우를 한 단계 낮췄다가 하반기(7∼12월)부터 경기가 회복되자 이를 되돌리고 성과급을 많이 준 것과 달리 두산그룹은 임원 처우가 지난해에 바뀐 것이 없는 점도 차분한 분위기 조성에 영향을 미쳤다. 그룹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강도 높은 원가절감 노력을 벌이고 있지만 경영 환경이 나빠진다고 바로 임금이나 직원 처우를 낮추는 식의 발상은 잘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는 ‘사람을 중시한다’는 그룹의 경영철학과도 닿아 있다는 것. 실제로 “사업은 이윤을 남기는 게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는 초대 박두병 회장의 원칙에 따라 두산그룹은 114년 동안 한 번도 직원들의 임금을 연체한 적이 없다고 한다. 두산은 최근 ‘사람이 미래다’라는 슬로건으로 기업 이미지 광고를 하고 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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