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 공기업 퇴출시스템 속속 도입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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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비자원… 고위급 부서장 절반 팀원으로산업인력공단… 매년 1, 2급 정원서 10% 강등가스안전공사… 팀 축소 간부 4명 무보직 발령

한국소비자원 직원들은 올해 1월 1일 인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최고위 직급인 부서장 8명 중 절반이 보직 없이 팀원으로 밀려났다. 게다가 26개 팀이 22개 팀으로 통폐합되면서 팀장 8명도 팀원으로 내려앉았다. 1987년 창립 이래 처음 있는 대규모 강등 인사였다.

팀원으로 강등된 부서장과 팀장은 1년 후 평가 결과에 따라 다시 보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만약 3년 연속 보직을 받지 못하면 완전히 짐을 싸야 한다. 소비자원은 지난해 ‘저성과자 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해 이런 내용의 ‘3진 아웃’ 퇴출 방안을 도입했다.

정년이 보장돼 ‘철밥통’으로 여겨져 온 공기업의 인사시스템에 경쟁체제가 도입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광물자원공사 간부들이 무보직 발령을 받아 화제가 된 데 이어 다른 공기업들도 이 같은 경쟁 인사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원의 고위 관계자는 “소비자원은 지난해 정부의 경영평가에서 기관장 해임권고를 받았을 만큼 성적이 나빴다”며 “인사 혁신을 통해 직원 간 경쟁을 높이고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최근 기관장급(1급) 4명과 팀장급(2급) 8명에게 무보직 또는 하향 보직인사를 실시했다. 공단 측은 “매년 1급과 2급 정원의 10%를 이같이 발령할 것”이라며 일회성 조치가 아님을 강조했다.

한국거래소의 임원 18명 전원은 14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해 말 “인력과 직제를 각각 10%와 14% 넘게 줄이겠다”는 방침을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이사장은 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18명의 임원 중 9명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지난해 하반기 119개인 팀을 99개로 줄이면서 성과가 낮은 간부 4명을 보직 없이 발령 냈다. 팀원으로 1년간 생활한 후 성과가 좋아야만 다시 보직을 받을 수 있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은 최근 3년간 성과를 평가해 저(低)성과자 5명을 선정한 뒤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기업에도 점차 성과를 연동시킨 경쟁 인사가 늘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이 같은 공기업은 여전히 소수이기 때문에 모범사례를 발굴해 경쟁 체제를 더욱 확산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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