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창업, 길은 여기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6일 2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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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퇴직한 '시니어'들의 장점은 오랜 사회생활에서 얻어진 경험과 연륜이다. 시니어들은 건강하고 자산이 있으며 경제활동에 대한 열의가 넘친다. 하지만 대부분의 창업은 경력과 동떨어진 분야에서 이뤄지고, 성공보다는 실패의 쓰라림을 맛보는 창업자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동아일보는 경력을 살려 성공적으로 창업한 '시니어 창업자'의 성공 사례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경력을 활용한 업종과 아이템 선정 방법, 업종 선택시 고려해야할 점 등 시니어 성공창업에 이르는 알짜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리차드 부쉬 씨(68·미국)는 56세 때인 1997년, 30년 간 근무하던 한 잡지사에서 편집국장을 끝으로 은퇴했다. 은퇴후 그는 취미로 만들던 도자기를 사업화하기로 결심했다. 버지니아주에 있는 작은 농장에 도자기 제조시설을 만들고 '글렌피딕 팜 포터리(www.glenfarmpottery.com)'를 차렸다. 술병 접시 주전자 그릇 등을 만들어 주문 판매했다. 사업은 쏠쏠했고, 전시장도 따로 만들어 1년에 2번 씩 전시회를 가졌다.

캐롤 콜 씨(57·미국)는 20년 간 부동산 중개회사에 근무하다가 퇴직했다. 콜 씨는 자신과 같은 베이비붐 세대 퇴직자들이 퇴직 후 작은 집으로 이사하고, 여기서 나오는 돈으로 노후를 대비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다운사이징 컨설팅'을 시작했다. 작은 부동산 오피스를 만들고 '스무드 트랜지션(www.movingforseniors.com)'이라고 이름 붙였다. 6000달러로 시작한 사업이 지금은 연 매출 6만 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인 '안트러프러너(Entrepreneur)'가 2005년, '포브스(Forbes)'가 2007년에 각각 보도한 시니어 창업 성공사례들이다. 부쉬 씨는 자신의 취미를 살려 창업했고, 콜 씨는 경력을 살려 창업해 성공을 거뒀다.

● 회사인간, "명함 떨어지면 아무 것도 아냐"는 '아냐'

나이 45세만 넘어도 퇴직을 걱정하고 퇴직 후 삶을 설계해야 하는 시대가 된 지 오래다. 수십 년 간 '회사 인간'이던 이들에게 '퇴직 후 뭘 할 수 있을까?'는 여전히 막막하고 두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언오 삼성경제연구원 전무는 "자격증 연령제한 등을 제외하고는 시니어 창업 관련 제약은 없다"며 "신기술 개발이나 인터넷에 도전해 성공한 사례가 많고, 고령자라 하더라도 인터넷을 배워 쇼핑몰 사업을 하는 시니어들도 적지않다"고 말했다.

시니어창업의 유형은 크게 경력개발형, 생계유지형, 사회참여형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경력개발형은 기존 하던 일에서 얻은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창업이고, 생계 유지형은 대개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음식점, 편의점 창업이 이에 해당한다. 사회참여형은 사회봉사나 공익 실현에 관련된 창업을 말한다.

퇴직자에게 권장되는 창업 유형은 경력개발형과 사회참여형이다. 경력개발형은 전문직이나 대기업 관리직, 중소기업 경영진 등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사람에게 적당하고, 사회참여형은 돈을 벌면서 사회에 봉사한다는 의미를 얹어 시작할 수 있다.

● 경력 살릴 수 있는 창업 아이템들

사무직 출신의 경우 재고관리나 회계관리 등 관리 마인드가 필요한 판매 업종이 알맞다. '사무용품 전문점', '제과점', '건강식품 전문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노동 강도가 높지 않아 50~60대 퇴직자들도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

기술직 출신 퇴직자들은 손재주가 있고, 나만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장기적 운영이 가능하다. 최근 쾌적한 주거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실내환경관리업'이나 '알레르기클리닝사업' 등이 주목받고 있다. 또 '자동차 내외장관리업', '욕실리폼업' 등도 기술직 경력자들이 도전해 볼 만 하다.

영업 및 서비스직종 출신 퇴직자들은 창업에 가장 유리한 경력보유자들이다. 직장생활을 통해 몸에 익힌 영업력과 서비스 마인드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업종을 고르면 좋다. 음식점, 주점 등 외식 업종도 괜찮고, 소규모 헬스클럽 등 건강 관련 업종, 어린이 교육사업 도 추천할만한 분야다.

기획 및 홍보직 출신은 트렌드와 큰 흐름을 읽는 안목이 있기 때문에 시대를 앞서가는 업종을 고른다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 사업, 홍보 및 광고대행업, 각종 컨설팅 등이 좋은 예다.

창업전문 컨설팅회사인 FC코리아의 강병오 대표는 "직장생활 경력은 있지만 장사에는 초보인 시니어들이 창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준비가 있어야 한다"며 "어떤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지, 창업에 성공한 시니어 창업자들은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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