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설설기던 펀드가 이름바꿔 펄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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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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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네비게이터… 개명한 후 투자자들 몰려

연말엔 개명(改名) 신청을 하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새해를 새 이름으로 산뜻하게 출발하기 위해서라는데요. 개명 바람은 펀드업계도 예외가 아닙니다. 새 이름 효과가 있는지 이름을 바꾸고 잘 안되는 펀드보다는 펄펄 나는 펀드가 많습니다.

삼성투신운용의 ‘삼성스트라이크펀드’는 8월 26일 이름을 바꾼 지 두 달 반 만에 9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 모으며 설정액 100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 펀드의 예전 이름은 ‘삼성밀레니엄드래곤승천펀드’. 2000년 선보인 이 펀드는 수익률이 좋았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을 얻진 못했습니다. 2000년 당시만 해도 ‘밀레니엄’ 단어를 펀드에 붙이는 게 유행이었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소 촌스러운 느낌을 주게 됐고, ‘드래곤’이란 단어에서 중국 펀드를 떠올리는 투자자가 많았다고 합니다. 이 펀드는 국내 주식형 펀드입니다.

삼성투신운용은 고민 끝에 이름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브랜드 네이밍 전문회사에 맡겨 다섯 개의 이름을 받았고 사내 투표를 거쳐 지금의 스트라이크펀드로 결정했습니다. 이름 덕분인지 이후 승승장구 중입니다.

한국투신운용의 ‘한국네비게이터주식펀드’도 이름을 바꾼 뒤 더욱 잘나가고 있습니다. 길을 가다 방향을 잃었을 때 나침반을 보듯이 좋은 기업에 투자하고 싶을 때 찾는 펀드라는 뜻이랍니다. 이 펀드의 원래 이름은 ‘한국부자아빠성장주식펀드’. 이 펀드도 수익률은 좋았지만 이름이 평범해서인지 투자자들로부터 별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름을 바꾸면서 돈이 모이고 수익률도 좋아져 지금은 한국투신운용의 베스트셀러 펀드 중 하나가 됐습니다.

펀드 이름에도 유행이 있다고 합니다. 1990년대 후반엔 ‘드래곤’과 같은 동물 이름 시리즈가 유행했고 2000년대 초반엔 ‘3억 만들기’ ‘부자 만들기’ 같은 재테크성 이름이 많았습니다. 2006년 이후 최근까지는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선보인 ‘디스커버리’ ‘인디펜던스’ 등의 펀드 시리즈가 인기를 끌면서 영어 이름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명품 펀드가 되려면 좋은 이름에 꾸준한 수익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군요. 명품 펀드가 많이 탄생했으면 합니다.

신수정 경제부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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