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아이폰 한국판매 1년이나 걸린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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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19일 03시 00분


한국기업-당국 우왕좌왕,아이폰 마케팅만 도운셈

유령 하나가 한국을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아이폰’이라는 유령이.

아이폰은 아이팟과 매킨토시 컴퓨터를 만드는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이 2007년 선보인 휴대전화입니다. 지난해 8월 3세대(3G) 통신망을 사용하는 ‘아이폰 3G’가 나오면서 한국에도 빠른 시일 내에 수입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3G는 한국의 SK텔레콤과 KT가 도입한 통신기술이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아이폰 수입은 계속해서 늦춰졌습니다. ‘다음 달엔 나온다더라’는 소문이 1년 이상 반복되자 아이폰엔 ‘담달폰’(다음 달 폰)이란 별명도 붙었습니다. 18일에야 이 모든 논쟁이 끝났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애플코리아에 위치정보서비스 사업자 허가를 내줬고, 이로써 모든 법적 규제가 해결됐기 때문입니다. 애플과 계약한 KT는 이르면 28일부터 아이폰 예약판매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문제는 지난 1년입니다. 아이폰 수입이 계속 늦춰지자 소비자들 사이에 “국내 이동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정부에 로비를 하며 아이폰 수입을 막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던 겁니다. 업체들은 이런 소문이 소비자들의 ‘오해’라고 주장했지만, 전혀 근거 없는 소문은 아닙니다. 아이폰은 값비싼 이동통신사의 통신망 대신 무료로 쓸 수 있는 무선랜(WiFi)으로도 데이터 통신이 가능합니다. 이동통신사는 아이폰이 확산되면 데이터통화료 수입 감소를 걱정해야 합니다. 또 아이폰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효자상품인 값비싼 스마트폰과 풀터치폰의 강력한 경쟁자입니다. 아이폰은 세계적으로 5000만 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니까요.

한편 수입도 안 된 아이폰을 두고 한국 기업과 규제 당국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한국에서 아이폰 관련 마케팅 한 번 벌이지 않은 애플은 어부지리 격으로 마케팅 효과를 거뒀죠.

19세기 말 유럽대륙을 떠돌던 공산주의라는 유령은 한때 상당한 세력이 됐지만, 결국 자본주의가 스스로의 문제점을 해결하자 사라지고 맙니다. 아이폰이란 유령도 세력을 갖출 겁니다. 이 유령의 앞날이 어찌 될지는 한국 업체들이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느냐에 달렸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아이폰을 벤치마킹하면서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에 성공의 기회를 제공하는 ‘앱스토어’ 같은 상생전략을 배웠습니다. 또 소비자를 최우선에 놓고 디자인하는 제품 기획 아이디어의 중요성도 확인했습니다. 이제 아는 만큼 실천하는 게 중요한 시기가 왔습니다.

김상훈 산업부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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