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모바일게임 왜 비싼가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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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원짜리 속속 등장… 데이터요금만 1만원대로 고비용
이통사 위주 폐쇄적 공급구조 탓… 해외 오픈마켓선 싸게 팔려


모바일 게임 개발업체 ‘컴투스’가 7월 내놓은 롤플레잉게임(RPG) ‘이노티아 연대기 2’는 이른바 ‘블록버스터 게임’으로 평가 받는다. 개발 기간만 2년이 걸렸고, 제작비는 약 15억 원 가까이 들었다.

하지만 ‘찬사’와 동시에 ‘항의’도 적지 않다. 게임 가격이 4000원이기 때문. 올해 5월 3500원짜리 게임이 등장한 지 두 달 만에 500원 인상됐고, 2005년 3000원짜리 모바일 게임이 등장한 지 4년 만에 4000원 ‘벽’이 깨졌다. 이후 게임빌의 ‘2010프로야구’, ‘제노니아 2’ 등 ‘정가 4000원’짜리 최신 게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 한국 모바일 게임은 왜 비쌀까

컴투스 사업개발팀 채문기 팀장은 “질적으로 우수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 과거에 비해 게임 개발 과정도 복잡해졌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기획, 개발, 그래픽디자인 담당 등 3명이 3∼6개월간 기획했지만, 최근에는 개발 기간만 1년이 넘고 투입 인원도 10명이 넘는 등 규모가 커지는 추세다.

문제는 실제 비용이 4000원이 아니라는 것. 게임 용량이 늘어날수록 휴대전화로 모바일 게임을 내려받을 때 드는 무선 데이터 요금이 만만치 않다. 2.6MB(메가바이트)의 ‘제노니아 2’는 LG텔레콤 기준(KB·킬로바이트당 4원)으로 내려받으려면 1만464원의 데이터 요금이 든다. 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 총 1만4464원이 드는 셈이다.

모바일 게임 가격 인플레 현상은 ‘오픈마켓’이 활성화된 해외 모바일 게임과 비교했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 11월 첫째 주 미국 애플의 ‘앱스토어’ 게임 다운로드 순위를 살펴보면 상위 20위 안에 최저 가격인 0.99달러(약 1158원) 게임은 12개로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앱스토어는 첫 공개 가격은 높지만 0.99달러까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고정 가격제’인 국내와 달리 ‘변동 가격제’이다 보니 같은 게임이 해외에서 더 싸게 팔리는 사례도 있다. 컴투스가 지난해 12월 해외에 공개한 ‘더 크로니클 오브 이노티아’는 2004년 선보인 ‘페노아전기 2’의 해외 버전으로, 공개 당시 가격이 7.99달러였지만 1년도 안 돼 0.99달러로 떨어져 국내 가격인 2500원보다 쌌다.

○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폐쇄적 구조

해외 오픈마켓의 경우 누구나 게임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어 1주일 사이 수십 건씩 새로운 게임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 이에 제작자들은 가격을 깎아서라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고 있다. 반면 국내 상황은 정반대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이동통신사 위주의 폐쇄적인 구조로 이루어졌고, 공급보다 수요가 월등히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현상이 빚어지는 데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10대 중고교생들 위주로 돌아가는 것도 한몫한다. LG텔레콤 자료에 따르면 전체 모바일 게임 이용자 중 1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32%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1위다. 특히 10대 남학생들은 모바일 게임 열혈 소비자로, 이들은 부모들이 요금을 충전해주면 이를 대부분 게임 구입에 쓰고 있다. 게임빌 마케팅팀 이성필 팀장은 “10대 중고생들 위주의 게임 시장으로 형성되다 보니 게임 주기가 짧다”며 “기존 게임을 할인하는 것보다 새 게임을 내놓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서강대 게임교육원 이재홍 교수는 “높은 진입장벽, 비싼 데이터 요금제 등 통신 시장 내 콘텐츠 산업은 이동통신사의 수익 창출 도구로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라며 “콘텐츠 시장이 이동통신사에 종속되지 않게 점진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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