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家 제명후 재기 난항 ‘불운의 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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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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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오 前두산그룹 회장 자살2005년 박용성 회장 추대에 반발해 비리 폭로본인 비자금 드러나 벌금… 아들 횡령혐의 구속작년 성지건설 인수해 경영 복귀했지만 자금난

침통한 형제들4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 빈소에서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오른쪽)과 박용만 ㈜두산 회장(가운데),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왼쪽 사진).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도 해외 출장에서 급히 귀국해 이날 밤 늦게 빈소를 찾았다(오른쪽 사진). 전영한 기자·연합뉴스
침통한 형제들
4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 빈소에서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오른쪽)과 박용만 ㈜두산 회장(가운데),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왼쪽 사진).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도 해외 출장에서 급히 귀국해 이날 밤 늦게 빈소를 찾았다(오른쪽 사진). 전영한 기자·연합뉴스
《고(故)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현 성지건설 회장)은 10년 동안 그룹 총수를 지낸 두산가(家)의 대표적인 오너 경영인이었다. 하지만 2005년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그룹에서 배척된 후 그의 말년은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인수한 성지건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것이 자살의 한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 10년 동안 두산그룹의 총수 지내

박 회장은 두산그룹 초대 회장인 고 박두병 회장의 둘째아들이다. 박승직 창업주로부터 따지면 두산그룹의 3세대 오너 경영인. 1996년부터 2005년까지 두산그룹의 총수를 지냈지만 2005년 형제간 갈등 끝에 그룹의 비리를 검찰에 투서하는 등 ‘형제의 난’을 겪은 뒤 두산가에서 제명됐다. 2005년 박용곤 명예회장을 비롯한 형제들이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동생인 박용성 현 두산중공업 회장을 그룹 회장에 추대하자 이에 반발해 박용성 당시 회장의 비자금 등 그룹 비리를 폭로했던 것이다.

경기고와 미국 뉴욕대를 졸업한 박 회장은 1974년 두산산업과 동양맥주 전무이사로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두산산업 사장과 동양맥주 사장, OB베어스 사장, 두산그룹 부회장 등을 지낸 뒤 1996년 형인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1998년 ㈜두산의 대표이사 회장을 겸임하며 2005년까지 그룹 총수직을 수행했다. 그룹을 경영하면서 대외적으로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의장 등을 지내기도 했다.

○ 경영난과 차남 구속 등 불운 겹쳐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2005년부터는 불운의 연속이었다. 그의 투서로 시작된 두산그룹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박용오 회장 자신도 비자금 조성 혐의가 드러난 것. 결국 그는 2007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 원의 판결을 받았다.

두산그룹과 결별한 뒤 한동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박용오 회장은 지난해 2월 중견 건설업체인 성지건설 지분 24%를 인수하면서 경영에 복귀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이로 인한 자금난 등으로 경영은 순조롭지 않았다.

박 회장이 지분을 사들일 당시 3만5450원이던 성지건설 주가는 계속 내리막길을 타 4일 현재 4350원으로 떨어졌다. 성지건설의 올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가량 감소한 1086억 원, 영업이익은 63%가량 급감한 18억7000만 원, 순손실은 43억7000만 원에 이르는 등 실적이 크게 부진했다. 특히 최근 분양한 경기 안양시와 김포시의 아파트형 공장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오피스텔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상당한 대출금 부담을 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차남인 박중원 씨가 주가조작 혐의와 회삿돈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박 전 회장은 유서에서 특히 중원 씨에게는 A4용지 2장 분량의 글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동아일보 전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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