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BRAND]시승기/‘벤츠 E350 아방가르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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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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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차, 부드러움을 안다

브레이크도 가속감도 물 위에서 보트가 미끄러지듯
벤츠 E350 아방가르드

메르세데스벤츠, 최고의 자동차회사로 말하는 사람들이 아직은 많다. 그러나 벤츠와 일반 브랜드의 간격은 과거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벤츠의 성능과 품질은 이제 대중 브랜드 자동차회사도 어느 정도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오직 벤츠만이 할 수 있는 고난도 기술의 영역이 크게 줄었다는 뜻이다.

벤츠는 ‘자신의 길을 갈 뿐’이라고 말을 하지만 BMW나 아우디 등 경쟁 럭셔리 브랜드는 물론 도요타나 폴크스바겐, 현대자동차까지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불안하게 위치를 지키고 있는 ‘지존’의 입장에서 내놓는 차는 비장할 수밖에 없다. 벤츠의 핵심 모델인 신형 ‘E클래스’는 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각오를 엿볼 수 있었다. 시승한 모델은 E350 아방가르드.

주행 성능이나 승차감은 어떻게 보면 특출한 점이 없어 ‘벤츠 별거 없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사흘간의 시승 끝에 잡아낸 포인트는 ‘정교함’이다. 브레이크를 예로 들어보자. 밟는 대로 팍팍 서주는 브레이크는 만들기 쉽다. 큰 캘리퍼와 디스크로터에 강한 브레이크 패드만 넣어주면 된다. 그러나 부드러우면서도 밟는 만큼 정직하게 반응하고 미세한 조절이 쉬운 브레이크는 오히려 상당한 기술과 경험이 필요하다.

E350의 브레이크를 밟아보면 초기 3분의 1 부분으로 차를 대단히 부드럽게 세울 수 있다. 적당히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인 뒤 정지하기 직전에 발의 힘을 살짝 빼면 차는 마치 물위에서 보트가 부드럽게 정지하듯 조용히 멈춘다. 럭셔리카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부드러움이다. 운전자도 다른 탑승자도 편안해질 수밖에 없다.

가속감도 마찬가지. 3.5L 272마력과 개선된 7단 자동변속기는 강력하지는 않지만 이질감과 끊김 없이 매끄럽다. 서스펜션도 부드러움 속에 안정감이 녹아 있다. 그러나 어느 하나 운전자에게 강한 어필을 하는 기능은 없다. 운전자가 곰곰이 느껴보고 스스로 깨달으라는 식이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임팩트가 없어 심심해보이기도 한다. 대신 벤츠는 기술을 더욱 완벽하게 가다듬는 정교함으로 난세를 평정하려 하고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1초로 측정됐다. 제원은 6.8초. 역시 실측한 연료소비효율은 시내 주행 L당 7km대, 고속도로 12km대로 나왔다.

▶dongA.com에 동영상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석동빈 기자
▼ 재규어, 마침내 ‘무한질주’ ▼
4도어 스포츠세단의 ‘벽’ 500마력대 돌파

재규어 XFR

500마력대 4도어 스포츠세단은 인간의 탐욕에 의해 탄생됐다. 스포츠카를 추월할 수 있는 가속력과 때로는 4명이 타고 편안하게 여행을 다닐 수도 있는 만능 자동차. 자동차회사가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고픈 욕심도 더해졌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만이 가입돼 있던 이 클럽에 재규어가 ‘XFR’로 뛰어들었다. ‘나도 너희들 못지않은 럭셔리 브랜드야’라고 외치는 듯하다.

XFR의 시트에 앉아 냅다 가속페달을 밟았다. 강력하지만 부드럽게 속도가 붙는다. 510마력에 이르는 V8 5.0L 슈퍼차저엔진? 기대에는 약간 못 미치는 듯하다. 그래 그럼 결과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린 시간이 4.8초라고 측정장비에 찍혔다. 여러 차례 반복해 봐도 4.8∼5.0초 사이다. 제원상은 4.9초.

시속 200km까진 16초가량이 걸렸다. 엄청나게 빠른 수치다. 벤츠 ‘CLS63 AMG’나, BMW ‘M5’ 같은 폭발적인 느낌을 주지 않으면서 어느새 기록은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는 장점 혹은 단점일 수도 있다. 같은 속도로도 속도감을 더욱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개인적으로 배기음은 경쟁 차종 중 가장 매혹적이다. CLS63 AMG처럼 과할 정도로 으르렁거리지도 않고 M5처럼 신경질적이지도 않다. 충분한 ‘포스’를 내뿜으면서도 신사답다고나 할까. 무려 20인치 타이어가 신겨져 있음에도 승차감은 그다지 튀지 않는다. 핸들링이나 코너링도 스포티하지만 날카롭진 않다. 2t에서 고작 40kg 빠지는 공차중량을 보면 이해가 된다. 아무리 엔진의 파워가 좋아도 자동차는 무거워지면 커브길에서 날렵할 수가 없다.

XFR는 디자인에서는 일반 XF시리즈와 크게 구분이 되지 않는다. 트렁크에 재규어 특유의 레이싱그린 색깔이 들어간 ‘R’로고가 붙어 있고, 범퍼의 공기흡입구가 약간 커지고 보닛과 펜더에 에어벤트가 추가된 정도다. ‘나 센 놈이요’라고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자동차로 뭔가 뽐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겐 부족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대신 드러내지 않으면서 차를 즐기고, 자극적인 성능보다는 편안하면서도 끈기 있게 달리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에게 어울린다. 재규어가 지향하는 바로 그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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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석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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