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 끝났다” 대기업 기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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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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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영’ 털고 사업확장 - 인수합병 등 잰걸음

국내 핵심 기업들이 주요 사업 부문을 합쳐 덩치를 키우거나 새 사업 영역 진출에 앞 다퉈 나서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비상경영으로 작년 말과 올해 상반기(1∼6월) 경제 위기 국면을 넘긴 기업들이 경쟁력을 키우는 ‘사업 재배치’에 주력하는 것이다.

최근 LG그룹, 포스코, 팬택계열은 각각 일부 계열사를 합병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LG그룹은 유선통신 계열사인 LG파워콤-LG데이콤의 단계적 합병 방안을 수정해 LG텔레콤을 포함한 3개사 합병을 내년 1월에 단행하기로 15일 확정했다. 포스코와 팬택계열도 사업영역이 겹치는 포스데이타와 포스콘,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을 각각 합병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삼성그룹도 삼성전자의 보안용 카메라(CCTV) 사업을 삼성테크윈에 넘기고, 삼성디지털이미징을 삼성전자에 흡수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은 또 삼성SDS와 삼성네트웍스를 내년 1월 합병해 중복 사업을 조정하고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KT, 현대중공업은 다른 업종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 통신업체인 KT와 SK텔레콤은 각각 BC카드, 하나카드와 지분 제휴를 통해 금융업 진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14일 현대종합상사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포스코는 해외 자원개발 역량 강화의 일환으로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기업들이 경제위기의 고비를 넘겼다고 판단하는 것이 사업 재배치 결정의 공통적인 배경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위기경영으로 비축한 ‘체력’을 바탕으로 중장기 성장전략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 그룹의 올해 말 인사와 조직개편에서도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된다는 시각이 많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큰 위기를 넘긴 기업들이 내년을 준비하며 전열을 정비하는 것”이라면서 “환율하락, 글로벌 기업의 반격 등 불투명한 내년 사업 환경에 공세적인 대응으로 맞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각 그룹의 최고경영자들은 이와 관련해 현재의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글로벌 경쟁력을 다질 것을 촉구하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계열사 경영진이 모인 자리에서 “실행력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임원세미나에서 “지금의 좋은 실적은 환율 덕분”이라며 “당면한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뿐만 아니라 경영환경에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위기극복의 키워드로 스피드와 유연성,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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