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박병엽 “본게임은 지금부터”

  • 입력 2009년 10월 15일 20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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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계열 최고경영자(CEO)인 박병엽 부회장이 15일 3분기 실적 발표와 팬택계열합병 선언을 겸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박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언론에 나선 것은 2006년 말 이후 3년 만이다. 사진 제공 팬택계열
팬택계열 최고경영자(CEO)인 박병엽 부회장이 15일 3분기 실적 발표와 팬택계열합병 선언을 겸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박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언론에 나선 것은 2006년 말 이후 3년 만이다. 사진 제공 팬택계열
'박병엽의 귀환.'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센터(DMC) 팬택계열 본사. 팬택계열 최고경영자(CEO)인 박병엽 부회장(47)이 3분기 실적 발표와 팬택계열 합병 선언을 겸한 기자간담회에 나섰다. 박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언론에 나선 것은 2006년 말 이후 3년 만으로, 회사가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뒤 처음이다. 팬택계열이 다시 제 궤도에 올라 '이제는 언론 앞에 나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2007년 4월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팬택계열은 2007년 3분기부터 9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간 '우량회사'로 거듭났다. 1시간 반 동안 이어진 간담회 내내 '죽을 만큼'이라는 단어를 많이 쓴 박 부회장은 "직원들과 죽을만큼 일했다"며 "그리 일했더니 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백의종군

2005년까지만 해도 박 부회장은 '벤처신화'의 주역으로 통했다. 29세 때인 1991년 전세금 4000만 원으로 팬택을 창업한 그는 현대큐리텔(2001년)과 SK텔레텍(2005년)을 흡수하면서 사세를 확장했다. 삼성전자, LG전자는 물론 노키아, 모토로라와도 어깨를 겨루며 '글로벌 탑5'도 눈에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2006년 무리한 해외 진출과 대기업의 공세 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며 존폐기로에 섰다. 결국 2007년 4월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당시 자본 잠식 규모는 1조 원에 육박했다. 휴대전화 업계에서는 '박병엽의 신화는 이제 끝났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박 부회장은 '백의종군'을 나섰다.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직후 그는 팬택계열 지분을 출연한 것은 물론 주말을 반납했다. 매주 주말마다 상암동 사옥에는 직원 300~1600명이 박 부회장과 함께 모여 점심을 먹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메뉴는 주로 한식이다. 처음에는 자장면을 먹었지만 수많은 직원이 한꺼번에 주문하다보니 자장면이 불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은 직원들에게 "(삼성, LG를 염두에 두고) 남들과 똑같이 일하고, 남들과 똑같이 쉬면서 어떻게 이기겠느냐"는 얘기를 질리도록 반복했다.

●권토중래

이해타산에 치밀한 채권자들도 팬택계열의 회생 의지를 높이 평가해 잇달아 출자전환에 나섰다. 박 부회장은 2007년부터 세계적인 휴대전화칩 제조사인 퀄컴의 폴 제이콥스 회장과 직접 협상해 올해 8월 퀄컴을 팬택계열의 2대주주로 영입했다. 팬택계열이 지급해야할 로열티 7600만 달러의 출자전환을 이끌어낸 것. 또 지난달에는 미국 특허회사인 인터디지털과 채권 금융사가 각각 378억 원, 2002억 원을 출자전환했다. 윤두현 팬택계열 관리부문장(상무)은 "채권자가 연 5%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을 포기하고 팬택계열의 미래에 투자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은 최근 채권단으로부터 팬택계열이 기업개선작업이 종료되면 지분을 우선 취득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받았다. '실패했던 기업인'이 우선매수청구권을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침과대단

팬택계열은 3분기 5557억 원의 매출액과 418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올해 매출액은 2조2000억 원, 영업이익은 2100억 원으로 예상된다.

박 부회장은 올해 안에 팬택, 팬택앤큐리텔 두 회사를 합병해 경영 정상화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글로벌 기업들과 본격 경쟁을 하기 위해 몸집을 탄탄하게 만들고 경영을 효율화시키기 위해서다. 이는 '초심'으로 돌아가 전열을 정비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재래식 무기'(일반 휴대전화)와 '최첨단 무기'(스마트폰)로 미국 유럽 등의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박 부회장은 "2011년 기업개선작업을 졸업하는 동시에 상장을 추진하겠다"며 "그 때까지 팬택계열이 '백년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하겠다"고 말했다. 팬택계열의 목표는 '2013년 휴대전화 판매 대수 2500만 대, 매출 5조 원 이상 달성'. 박 부회장은 "피를 말리는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재벌이 아니어도 누구라도 열심히 하면 강한 기업을 일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유영기자 abc@donga.com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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