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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0월 12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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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전용 브랜드인 ‘PINE’ 담배를 생산하는 기계는 엄청난 속도로 담배를 쏟아냈다. 순식간에 수북이 쌓인 담배는 자동으로 포장된 뒤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빠져나갔다. 9일 찾은 경북 영주시 KT&G 영주제조창의 생산 라인은 원료 가공부터 제조, 포장까지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았다. 영주제조창 함기두 제조창장은 “자동화 설비로 생산된 담배는 부산항을 통해 세계로 수출된다”며 “수출 물량을 맞추기 위해 24시간 생산시설을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 ‘수출 기업’으로 변신
KT&G는 2000년대부터 중동 중앙아시아 미국 러시아 진출을 추진해 왔다. 국내 시장에서의 매출 정체를 수출에서 타개하려는 포석이었다. 해외 진출에 주력한 결과 2005년 2700억 원대에 불과하던 수출은 지난해 5014억 원으로 늘어났다.
담배 수출의 주역은 국내 최대 규모의 담배 공장인 영주제조창이다. 총 3500억 원의 예산으로 2003년 완공한 영주제조창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시설을 자랑한다. 35만여 m²의 용지에 분당 1만 개비의 담배를 만들 수 있는 라인 15개를 갖추고 연간 325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하고 있다.
과거 내수 물량만 생산하던 영주제조창이 수출을 위해 선택한 카드는 ‘고품질’. 생산 라인에 들어가려면 손 세척, 위생모 착용, 신발 소독, 에어샤워 등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함 제조창장은 “세계 시장에 고품질 담배를 알리기 위해 ‘식품공장에서 담배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
KT&G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잎담배 전량을 수매한다. 회사 측은 “민영화 이후에도 국내 담배 농가를 위해 수입 잎담배보다 3∼6배 비싼 가격에 수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여대 생산실장은 “외국 회사보다 원가 부담이 많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갖췄다”며 “직원 1인당 생산성은 1억1700만 개비로 외국 회사 공장보다 50%가량 높다”고 말했다.
생산성을 위해 영주제조창은 전 공정을 자동화했다. 잎담배를 선별하는 과정은 광학 카메라를 통해 처리하며, 제품 운반은 무인로봇이 맡는다. 실제로 이날 둘러본 생산 라인에서는 시설을 점검하는 직원을 제외하고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생산성 향상의 진짜 주역은 자동화 설비가 아닌 기술진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윤 실장은 “설비 운영, 점검, 복구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삼성전자 관계자들도 영주제조창의 자동화 설비 운영 능력에 감탄했다”고 귀띔했다.
영주=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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