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 생산 → 진열 단 2주… 패스트 패션의 공습

  • 입력 2009년 9월 2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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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대표적 SPA 유니클로
“3년후 한국내 매장 100개로”
스페인 ‘자라’ 1주 2번 신상품
이랜드도 ‘스파오’로 맞불 채비

“본격적인 사업 확대를 선언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자기상표부착유통방식(SPA) 브랜드인 유니클로는 23일 한국 시장에 대한 공세적인 마케팅을 선언했다.

유니클로의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 회장은 이날 “전략적으로 아시아는 최대 요충지이고, 한국은 그중에서도 핵심 시장”이라고 밝혔다. 야나이 회장이 직접 서울로 찾아와 글로벌 전략을 밝힌 것은 유니클로 본사 차원에서 한국 시장의 성장성을 크게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다.

요즘 패스트 패션으로도 불리는 SPA 브랜드의 성장세가 무섭다. 특히 최근 국내 시장에서 SPA는 패션 산업의 중심이다. 유니클로뿐만 아니라 2007년 갭, 2008년 자라, 2009년 망고 등 최근 2, 3년 사이 10여 개 글로벌 SPA 브랜드가 진출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내년 초에는 스웨덴의 거대 SPA브랜드 H&M까지 가세한다.

국내 기업도 글로벌 브랜드를 벤치마킹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랜드는 토종 SPA 브랜드 ‘스파오’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에서 급성장하는 패스트 패션

안성수 유니클로 한국 대표는 이날 “2012년까지 국내 점포를 100개까지 늘리고 매출액 4000억 원을 달성해 한국 캐주얼의 선두가 되겠다”고 밝혔다. 2005년 9월 3개의 매장으로 국내에 입성했던 유니클로는 진출 첫해에 3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 뒤 매년 60%대의 성장세를 지속해 올 9월 현재 전국 41개 매장에서 13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3년 안에 매출을 3배로 올리겠다는 유니클로의 장담이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유니클로는 기본적인 디자인의 캐주얼 브랜드이기 때문에 시즌마다 비슷한 콘셉트의 상품을 팔 수 있어 크게 유행을 타지 않는다.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유행 예측의 위험부담도 없다. 여기에 일주일에 한 번씩 신제품을 전시하며 소비자 반응에도 발 빠르게 대처한다.

유행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 취향에 딱 맞아

경쟁 브랜드인 자라는 일주일에 두 번씩 ‘옷을 갈아입는다’. 월요일 오후, 스페인발 비행기가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한다. 비행기에서 내려진 옷들은 전국 12곳의 자라 매장으로 흩어져 화요일부터 고객을 맞는다. 3일 뒤면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자라 관계자는 “회사에서 쏟아내는 아이템이 연간 1만5000개나 된다. 매장 직원들이 소비자 반응을 즉각 본사에 알려 일주일에 2번씩 신상품을 내놓는다”며 “특히 한국은 소비자 반응이 빨라 본사에서 생산하는 아이템을 모두 소화한다”고 전했다.

스페인에 본사를 둔 자라는 250여 명의 디자이너가 있다. 소비자의 반응에 따라 디자인이 끝나면 주변국 공장에서 제작에 들어가 세계 5000여 개 매장으로 분산되는데,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2주다.

유혜경 인천대 패션학과 교수는 “패션은 유행 예측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다. 디자인 기획부터 판매까지의 시간(리드타임)이 줄어들면 예측 오류도 적어져 산업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여기에 유행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의 특성과 맞물려 국내 시장의 반응이 뜨겁다”고 분석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SPA(Speciality Retailer’s Store of Private Label Apparel):

의류업체가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 욕구를 민첩하게 반영해 제품을 기획하고 생산하는 것부터 유통까지 직접 운영하는 형태다. 통상 다른 의류가 디자인에서 생산, 상품 진열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작업을 보름 내외로 단축시켜 ‘패스트 패션’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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