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9월 3일 02시 5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현대제철’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정 회장은 이번 주 들어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매일 충남 당진군 현대제철 고로(高爐) 건설 현장을 찾았다. 일관제철소 건설의 꿈이 무르익는 곳이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정 회장은 해외출장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매주 한두 차례는 꼭 제철소 건설 현장을 방문해 공사 진척 상황을 점검한다”며 “정 회장이 불시에 현장을 방문하는 데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 본사 사옥에서 현장까지 헬기로 20여 분밖에 걸리지 않아 평소에도 긴장하면서 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 제철 ‘짝사랑’, 드디어 결실을 보다
정 회장은 2005년 일관제철소 용지 선정 과정부터 제철 사업을 꼼꼼히 챙기는 등 쇳물을 생산하는 일관제철소 건설에 대한 그의 애착은 남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당진제철소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내년 1월에는 화입(火入·고로에 새로 불을 붙이는 것)식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4개월 후면 ‘스스로 쇳물을 뽑아낸다’는 정 회장의 ‘꿈’이 현실이 된다. 2일에는 당진 현장에서 첫 원료를 실어오는 ‘초도 원료 입하식’ 행사가 열렸다. 정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현대제철은 고로 사업을 통해 제2의 도약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의 일관제철소 건설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꿈이기도 했다. 정 창업주는 자동차와 선박을 만드는 사업을 하면서도 원료인 쇳물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자주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실제로 1977년 현대제철 설립안을 만들어 고로 제철소 건립에 나서기도 했다는 것. 하지만 사업자로 당시 포항제철(현 포스코)이 선정되면서 꿈을 접어야 했다. 이후에도 제철소 사업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아버지의 ‘짝사랑’이 아들 대에서 실현되는 셈이다.
○ 세계 최초의 ‘돔’ 원료 저장고…친환경 녹색 제철소 시동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는 ‘먼지 없는’ 친환경 제철소를 추구한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철광석이나 석탄 등 원료와 연료를 야적(野積)하는 기존 제철소와 달리 현대제철은 돔 형태의 원료 저장고를 건설했다. 배에서 원료를 내려 저장하고, 고로에 투입하는 전 과정을 밀폐된 벨트 컨베이어를 통해 작업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밀폐형 벨트 컨베이어의 총길이는 35km에 이른다.
밀폐된 원료 처리 및 저장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현대제철이 세계 최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원료를 야적하면 바람에 먼지가 날리거나 비에 씻기는 일이 많다”며 “표면에 경화제를 뿌리거나 방진망을 덮는 것도 비산(飛散) 먼지 방지에 한계가 있어 아예 밀폐형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지름 130m, 높이 65m의 초대형 저장고 5개를 건설하기로 했다. 현재 3개가 완공된 상황이다. 돔형 저장고를 짓는 데만 4000억 원이 들어간다.
내년 1월 고로 1기 공사가 마무리되면 현대제철은 매년 400만 t의 쇳물을 뽑아내게 된다. 2011년 400만 t을 생산할 수 있는 고로 2기가 완공되면 현대제철은 기존 조강량을 합해 연산 2000만 t을 생산하는 세계 10위권 수준의 제철회사가 된다. 현대차그룹은 쇳물부터 열연강판(현대제철), 냉연강판(현대하이스코), 완성차(현대·기아자동차) 생산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생산 수직계열화도 눈앞에 뒀다.
당진=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