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작은 명품’ 고급 노트 불티

  • 입력 2009년 8월 21일 02시 58분


가죽 표지에 단순한 속지
20~30대 직장인에 인기
지난해 시장 61% 성장

“손바닥만 한 노트 하나가 1만 원이 넘는다는 게 부담스럽긴 해요. 하지만 디자인이 매력적이고 갖고 다니기도 편해 보여요.”

지난 주말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몰스킨’ 매장에서 만난 직장인 권모 씨(39)는 “회사 동료 중 외제 고급 노트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다이어리 겸 업무용으로 사용할 노트를 구입하려고 들렀다”고 말했다.

고급 노트 시장이 커지고 있다. 20일 국내 최대 문구 유통업체인 교보문고 핫트랙스에 따르면 몰스킨, 로디아, 시아크 등 일반인에게 이름조차 낯선 고급 노트 시장은 지난해 61%가량 성장했다. 문구업계에서는 권당 1만 원이 넘는 고급 노트 시장 매출이 올해 300여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교보문고 측은 “경제력이 있는 20대 이상 직장인들이 주로 구매한다”며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70%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국내 고급 노트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이탈리아에서 수입되는 ‘몰스킨’. 2004년부터 몰스킨을 수입하는 트랜스포머 측은 “정확한 매출은 공개할 수 없지만 매년 매출이 2배 이상 뛰었다”고 밝혔다.

몰스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시아크, 로디아 등 다른 수입 노트들도 속속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시아크를 수입하는 항소의 신익상 팀장은 “고급 노트 붐으로 지난해 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는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고급 노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개인휴대정보기(PDA) 등 첨단 제품에 식상함을 느낀 직장인들이 손으로 직접 쓰고 적는 ‘불편함’에 오히려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며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수입 노트를 ‘작은 명품’으로 인식하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모닝글로리 최용식 디자인트렌드팀장은 “일반 노트를 ‘저널 노트’라는 이름으로 일정관리,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유럽 문화가 국내에도 유입된 것”이라며 “가죽 표지, 단순한 속지 등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수입 노트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업체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국내 노트 시장 1위인 모닝글로리는 2007년 권당 1만 원이 넘는 ‘프리미엄 노트’를 선보였다. 출시 당시 1종에 불과했던 프리미엄 노트는 현재 30종으로 늘어났다. 모닝글로리 측은 “수요가 정체된 노트 시장에서 고급 노트 시장은 새로운 매출군”이라며 “30대 이상 직장인들의 취향에 맞춘 다양한 디자인으로 수입 고급 노트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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