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라이딩 패션 두 바퀴 혁명

  • 입력 2009년 7월 7일 02시 56분


“자전거 패션이 블루오션”

옷-액세서리 잇따라 출시

‘금잔디 자전거’ 마케팅 활용

지난달 23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10 봄·여름 엠포리오 아르마니 남성복’ 패션쇼장. 남자 모델들이 화려한 의상 대신 윗옷을 벗어던진 채 자전거를 타고 런웨이에 등장했다. 무미건조한 남성복에 ‘스타일’을 입혔던 디자이너 조르조 아르마니(75)가 이번 패션쇼에서 던진 화두는 자전거였다. 올해 초 자신의 이름을 딴 자전거를 선보였던 아르마니가 이번에는 자전거를 탈 때 입는 정장을 내놓았다.

고희(古稀)를 훌쩍 넘긴 패션계 거장이 주목한 자전거는 국내 패션계에서도 ‘키워드’로 등장했다. 정부가 녹색성장을 강조하면서 패션업계에서도 ‘그린 라이딩(Green Riding)’과 패션을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한창인 것. 패션업체들은 자전거를 탈 때 입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새로 선보이거나 자전거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 패션계에 부는 두 바퀴 혁명

‘30대 남성 직장인이 정장에 부드러운 가죽 소재 로퍼를 신고 백팩을 둘러맨 채 자전거로 출근을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모습이었지만 요즘은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늘자 패션회사들은 자전거 전용 의류를 아웃도어에 이은 ‘블루 오션(Blue Ocean)’으로 주목하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아예 자전거 전용 의류 브랜드 출시를 검토 중이다.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자전거를 탈 때나 일상에서 혼용해 입을 수 있는 패션 아이템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FnC코오롱 ‘시리즈’는 자전거를 탈 때 허리를 구부리면 윗옷 뒷부분이 쉽게 들리는 것에 착안해 뒷부분을 길게 디자인한 티셔츠 ‘사이클링 골든 에이지’를 내놓았다. 한국데상트 ‘르꼬끄 스포르티브’는 ‘아끼고 줄이고 천천히’라는 친환경 메시지를 새긴 티셔츠 ‘바이시클 파워’를 선보였다.

자전거 전용 신발도 있다. 화승 ‘머렐’은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 발이 쉽게 미끄러지지 않고 장시간 자전거를 타도 발에 무리를 주지 않는 ‘릴레이 드라이브’를, 푸마는 특수한 고무재질이 페달로부터 발을 보호해 주는 ‘리프트’를 내놓았다.

○ 멋스러워진 자전거, 사이클 시크(Cycle-Chic)

요즘 패션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잇 오브제(it objet·영감을 주는 물건)’로 부상 중인 자전거. 그중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디자인이 변치 않았다는 네덜란드 스타일의 자전거는 패션업체들의 마케팅 도구로 인기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여주인공이 즐겨 타 ‘금잔디 자전거’로도 불리는 이 자전거는 과거 의류매장 소품으로 주로 쓰였던 모델. 하지만 유럽풍 분위기에 깔끔한 자전거 외관이 브랜드의 친환경 이미지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패션업체들은 보고 있다.

샤넬은 지난해 특유의 검은색 퀼팅 소재로 안장 등을 덮은 기어 8단짜리 자전거를 50대 한정 수량으로 내놓았다. 구찌와 에르메스 등도 브랜드의 로고를 입힌 자전거를 선보였다. 펜디의 자전거 전용 가방과 액세서리도 여성 바이커(biker)들에게 인기다. 성주디앤디 ‘MCM’도 3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플래그십스토어(flagshipstore·브랜드 정체성을 알리는 대표 매장)를 열면서 BMW와 함께 MCM 패턴을 입힌 자전거를 선보였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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