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백화점 큰손? 30대 독신男

  • 입력 2009년 6월 9일 20시 09분


서울 중구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1층, 평일인 9일 오후에도 세련된 차림의 남성들이 매장 곳곳에 적지 않았다. 이 곳은 구두와 가방, 시계 등 명품 브랜드의 패션 액세서리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꾸며놓은 남성 전문 편집매장. 꼼꼼히 물건을 살피던 직장인 김원경 씨(32)는 "요즘은 소품 하나라도 신경이 쓰여서 점심은 라면으로 간단히 해결하고 평소 점찍어 놓았던 벨트를 사러 왔다"고 했다.

●수백만 원대 시계도 주저 없이 구입

백화점 매장에 남성 고객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특히 결혼 전 독신생활을 만끽하는 30대 남성이 불황 속에서도 백화점 큰 손으로 부각되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이 남성 매출을 분석한 결과 30대 남성 비중이 2006년 29.6%에서 올 들어 42.1%로 높아졌다. 반면 40대는 26.9%에서 19.2%로, 50대는 24.7%에서 20.5%로 줄었다. 백화점 측은 "2006년부터 30대 남성 고객의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 40,50대 기혼자보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30대 미혼 남성들이 외모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소비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고가의 명품에도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구두나 가방 등 명품잡화를 구입하는 남성 고객이 3년 전에 비해 30.3% 늘었다. 수입의류 역시 고객 수는 3.9% 늘었지만, 매출액 신장률은 34.8%나 된다. 특히 남성의 대표적인 패션 액세서리인 시계의 매출 증가세는 폭발적인 수준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1~5월 남성 시계 매출이 지난해보다 35% 정도 늘었다. 신세계 측은 "300만~400만 원대 고가 시계가 특히 인기"라고 귀띔했다.

●큰 손 남성 고객 잡기 경쟁 치열

각 백화점들은 남성 고객을 공략하기 위한 매장 편성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2007년 중구 충무로 본점 명품관 지하 1층에 넥타이, 구두, 가방, 시계 등 남성 패션 상품을 모은 편집매장을 문 연 데 이어 올 4월에는 신관 7층에 '맨즈 플러스'라는 남성 액세서리 전문매장을 마련했다. 서초구 반포동 강남점에는 명품 시계로 구성된 편집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목동점 매장에 비즈니스 캐주얼 상품만을 모은 편집매장을 마련해 남성 전용 쇼핑 공간을 조성했다. 또 강남구 압구정동 본점에서는 커피 등 음료수를 마시며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바(Bar) 형태의 남성 전용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본점 남성 정장 매장에서는 고객이 새 옷을 입어보는 동안 벗어놓은 고객의 옷을 다림질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남성을 겨냥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강혜승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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