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ESIGN]오일전쟁이 터져도 ‘나만의 색’은 안바꾼다

  • 입력 2009년 6월 8일 02시 50분


“정유업계에도 디자인 전략이 있다고?”

똑같은 기름을 파는 정유업계에 무슨 디자인 전략이 있을까 싶겠지만 똑같아 보이는 상품을 파는 산업군일수록 브랜드를 차별화해주는 디자인 전략은 더욱 필요하다. 특히 정유처럼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없고 성능 차가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는 상품의 경우 상품에 대한 이미지를 높이고 각인시키는 데 디자인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내 정유업계 4사가 공통적으로 역점을 두는 디자인 요소는 ‘컬러’다. 김명진 삼성디자인학교 교수는 “‘컬러’는 일반적으로 한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들과 구별되기 위해 자주 쓰는 디자인 요소지만 특히 주유소처럼 빠른 속도로 달리는 운전자들의 눈에 띄어야 하는 경우에는 읽어야 하는 ‘문자 언어’보다 컬러와 같은 ‘시각 언어’가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사들은 특히 ‘레드+오렌지(SK에너지)’, ‘그린+오렌지(GS칼텍스)’, ‘옐로+그린(에쓰오일)’, ‘블루+그린(현대오일뱅크)’처럼 강렬한 원색을 활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때로는 보색 대비로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기도 한다.

컬러는 기업의 변화나 신규 브랜드 론칭을 홍보하는 데도 손쉽게 쓸 수 있는 수단이다. 실제 SK는 그룹 로고를 ‘행복날개’로 바꾸며 단색 레드에 오렌지 컬러를 더해 기존의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가미할 수 있었다. 에쓰오일도 예전 옐로에 그린을 접목시켜, 기본색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활기를 더하는 전략을 썼다. SK에너지가 여성 위주의 매장을 선보이며 전면에 퍼플 컬러를 도입한 것도 이러한 컬러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경우다. 퍼플은 어느 정유사도 사용하고 있지 않은 색일뿐더러 전위적이고 선도적인 의미를 담은 색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김 교수는 “컬러는 한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전달하는 중요 언어 수단이기 때문에 기업의 모태가 되는 기본색은 꾸준히 유지해 주는 게 좋다”며 “이는 마치 개명을 할 때 이름은 바꿔도 성은 안 바꾸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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