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읽기]허약해진 펀더멘털 ‘1400선’에 주저앉나

  • 입력 2009년 6월 8일 02시 49분


지난주 국내외 증시에서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보호 신청이 중요한 변수였다. GM 주가는 곤두박질쳤지만 미국 시장의 전반적인 주가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시장은 GM 파산을 불확실성의 해소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즉 자금 지원을 통해 부실기업을 억지로 연명하기보다는 구조조정을 통해 환부를 도려내는 것이 자원배분의 효율성 측면에서 올바른 선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포괄적인 측면에서 볼 때 지난번 금융회사의 스트레스테스트와 이번 GM의 파산보호 신청은 ‘주식회사 미국’이 최악의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의 실물경기 상황을 보여준 또 다른 키워드는 5일 발표된 미국의 실업률이다. 5월 실업률은 새로운 실업자들이 계속 생겨나면서 직전 달 8.9%에서 9.4%로 상승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9.2%보다 높은 수준으로 1983년 8월 이후 26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그러나 비농업부문 고용은 34만5000명 감소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적은 감소 폭이며 시장 예상치를 대폭 하회한 수준으로 고용여건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인력 감원 속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또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실업률 지표는 경기에 후행한다는 점이다. 위기에 처했을 때 기업은 최후의 선택으로 인력 감원에 나서지 무조건 감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증시는 1,400 선 전후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1,400 선에서 주가가 한발 더 나가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국내 증시의 가격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유동성 장세는 돈의 힘으로 주가가 올라가는 것인데 여기에는 주가가 싸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1,400 선에서 주가의 상승 탄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투자자가 지금 주가에서 예전만큼의 가격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선 펀더멘털(증시 기초체력)의 빠른 회복이 뒤따라야 하지만 현실은 거리가 있다. 2분기(4∼6월) 실적발표를 통해 지표개선을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 주가는 제자리걸음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주에는 국내 정책금리 결정에 주목해야 한다. 국내 정책금리는 2월에 2.0%까지 인하된 이후 3개월 연속 동결됐는데 6월에도 지금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통과했고 시중의 단기 유동성 여건도 안정적이어서 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낮은 상태다. 특히 최근 들어 자산가격 상승과 더불어 과잉유동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시장의 관심은 금리인하보다는 한국은행이 언제 금리인상으로 정책을 바꾸는가에 모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5월 소매판매가 발표된다. 소비심리는 다소 호전됐지만 4월 소매판매가 시장의 예상치를 하회하는 등 소비 회복세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선 5월 소매판매가 다소 살아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소비회복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소비경기가 최악은 지났지만 소득 부진과 고용감소 효과가 소비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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