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부족… 2, 3년뒤 집값 뛴다”

  • 입력 2009년 6월 5일 02시 59분


부동산 전문가 10명에 물었더니 8명이…

전문가 10명 중 8명은 부동산 경기가 아직 회복국면에 들어서지 않았고 주택공급 부족으로 향후 집값이 급등할 우려가 크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 10명 중 5명은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부동산 규제 완화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전문가들은 시중 부동자금이 국지적인 집값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는 시장동향을 예의주시해 시장불안 조짐이 나타나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동아일보가 최근 대학과 민간경제연구소, 부동산업계 등의 부동산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결과다.

○ 올해 1∼4월 서울 인허가 물량 71% 줄어

‘현재 부동산 경기가 회복국면에 진입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문가 10명 중 8명은 ‘아니다’(7명) 또는 ‘전혀 아니다’(1명)라고 답했다. ‘그렇다’와 ‘보통이다’는 각각 1명에 불과했다. 회복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전문가들은 “인천 청라지구에서 청약 열기가 달아오른 것은 싼 분양가와 전매제한 완화, 시중 유동성 유입 등이 복합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규현 GS건설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에는 거시경제 상황이 아직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주택공급 부족으로 2, 3년 뒤 집값이 불안해질 우려가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전문가 10명 중 8명이 ‘매우 그렇다’(2명) 또는 ‘그렇다’(6명)라고 응답했다. 반면 ‘아니다’ 또는 ‘전혀 아니다’라는 의견을 낸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이사는 “올해 공급실적이 지난해보다 더 부진하다”며 “2, 3년 뒤 수도권 입주물량이 부족해 집값이 오를 우려가 크다”고 내다봤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현재 주택 구매를 유보하고 있는 수요자가 경기가 회복된 뒤 매입에 나서면 수도권 집값이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성수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도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면 최근 몇 년간 공급이 크게 부족했던 서울 강남권에서 집값 불안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주택건축 인·허가 물량은 총 5만330채로 지난해 같은 기간(8만2406채)보다 38.9% 줄었고 이 중 서울은 71.0%나 급감했다.

○ 부동산 규제완화 긍정적 평가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 등 강남 3구를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어 계속 규제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팽팽했다. 10명 중 5명은 ‘적절하다’, 5명은 ‘부적절하다’로 나뉘었다. 이영진 이사는 “강남 3구는 집값 상승을 촉발하는 민감한 지역이기 때문에 특별히 관리해야 한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반면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남 3구가 부동산시장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은 있지만 정책이 특정 지역과 계층에 편중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지규현 책임연구원은 “대기수요가 많은 강남 3구는 규제보다는 충분한 공급으로 시장 안정을 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10명 중 5명은 ‘적절했다’(4명) 또는 ‘매우 적절했다’(1명)라고 평가했고 ‘부적절했다’는 응답은 1명뿐이었다. 정부의 규제 완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전문가들은 “거래를 활성화함으로써 극도로 위축된 주택 수요를 일정 부분 회복시켰다”며 “이는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실물경제가 타격받지 않도록 하는 버팀목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책 방향은 옳았지만 추진 시기가 지연돼 실효성이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김선덕 한국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거시경제가 회복되기 전에 강남 3구 등 일부 지역에 투기 수요가 유입될 우려가 있다”며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2가지를 꼽아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미분양 아파트 취득에 대한 양도소득세 한시적 면제 또는 감면’과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중과 등 징벌적 성격의 세제 완화’(이상 5건)가 가장 많았다.

○ 선제적이고 탄력적인 정책 대응 주문

정부가 현재 취해야 할 정책 방향에 대해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세제와 가격 규제를 완화해 거래를 활성화시키되 금융 규제는 강화해 지속적인 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투기성이 높은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돼 시장 불안이 커지지 않도록 정부가 선제적이고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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