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없이 달려가는 신재생에너지사업

  • 입력 2009년 6월 4일 02시 59분


주요부품 수입의존… 태양광업체 7억 벌면 5억은 해외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겁다. 특히 태양광 사업은 과열이라는 진단까지 나온다. 정부도 지난달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17개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꼽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올해부터 2013년까지 2조333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세계적인 환경 중시 움직임과 ‘포스트 석유 시대’에 대비한 필수적인 투자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사업 투자에 따른 수익을 대부분 외국의 장비수출 업체들이 챙겨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독일과 일본 등 ‘환경 선진국’은 물론 중국의 기업들에까지 실속을 내주는 실정이다.

○ 국산 핵심장비 경쟁력 떨어져

솔라비전은 상업용 태양광발전소를 짓는 국내 중소기업이다. 태양빛 각도에 맞춰 움직이는 추적식 태양광발전소(100kW)를 1개 지으면 약 7억 원을 손에 쥔다. 태양전지 모듈(태양전지를 모아놓은 기판) 3억5000만 원, 태양광 변환장치(인버터)와 지지대 등 나머지 자재가 2억5000만 원, 전기 및 기초 토목공사에 1억 원 정도로 나뉜다. 하지만 태양전지 모듈과 인버터를 대부분 수입하기 때문에 4억∼5억 원은 해외로 빠져나간다.

이는 국내 업체들이 핵심 장비 제조에서 전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데서 비롯된 현상이다. 신재생에너지백서(2008년)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한국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60∼80%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산제품 사용비율은 태양전지 모듈(민간상업발전 기준) 21.8%, 풍력발전시스템 0.7%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까지 국내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는 146기지만 국산 풍력발전기는 단 1기뿐이었다. 핵심 부품들은 주로 독일, 일본 등지에서 수입한다.

○ 중국에도 뒤졌다

중국은 한국에서 수입한 부품으로 완제품을 만들어 해외에 수출해 왔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상황이 반대다. 현대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태양광발전의 경우 저렴한 중국산 태양전지 모듈을 대부분 사용한다”며 “중국산이 시장을 점령하면 국내 태양광 부품산업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태양광발전업협동조합은 최근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저가 중국산 태양전지 모듈을 막기 위해 ‘국산품 애용’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중국은 2006년 1월부터 ‘재생가능에너지법’을 실행하면서 재생에너지 개발을 국가적으로 추진했다. 특히 해외 신재생에너지 기업이 중국에 투자할 때 기술이전을 계약의 전제조건으로 내걸면서 선진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였다. 2007년 말 현재 중국은 태양전지 분야에서 세계 2위(선테크), 풍력터빈 분야에서 세계 7위(골드윈드) 기업을 배출했다.

○ “실속 챙기기 위한 속도조절 필요”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실속을 해외 기업들이 챙기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연구개발(R&D)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신재생에너지 사업 활성화를 위한 세부과제 19개를 밝혔는데, 그중 13개를 R&D 과제로 선정했을 정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실기(失期)한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내 대기업의 한 임원은 “지금 R&D 투자로 5∼10년 후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기술 자립도가 높아졌을 때 이미 국내 시장은 포화됐을 것”이라며 “그때는 수출만 바라봐야 하는데 국내 시장에서 검증도 못해본 기술이 과연 수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실제 국내 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치밀한 검토와 전략적인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창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과열된 측면이 있는 만큼 기업과 국가 차원에서 현재 기술 수준과 미래성장 가능성 등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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