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나이는 올라가고 구인자 나이는 내려가고…”

  • 입력 2009년 5월 20일 15시 54분


일자리 부르릉버스 탑승해보니

"취업하고 싶은 어머니들 어서 타세요."

서울시는 3월부터 시내 전 지역을 돌아다니며 취업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자리 부르릉 버스' 2대를 운행 중이다. 주부들이 자주 찾는 관공서, 아파트 단지, 대형 할인매장을 돌며 취업 상담부터 취업 알선까지 지원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력이 단절되었거나 장기 미취업 상태인 주부들은 왜 일자리 찾기에 나섰을까? 19일 노원구 월계동 대형마트 앞에 선 '일자리 부르릉 버스'에 탑승해 보았다.

대부분의 주부들은 한참을 머뭇머뭇하다가 상담원에 권유에 따라 버스에 올라탔다.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 사업운영부 전지훈 씨는 "육아나 가사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은 자신감을 상실한 상태라 고용지원센터를 찾는 일조차 쉽지 않다"며 "이러한 주부들을 위해 찾아가는 서비스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광희 씨(53·서울 노원구)는 실업급여가 끊긴지 7개월이 됐다고 한다. 이 날도 마트에서 판매 직원을 채용한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가 나이 제한에 걸려 발걸음을 돌리던 차였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버스에 올라탔지만 50대 여성을 반가워하는 일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유 씨는 "지난해 의류업체 판매 직원으로 일하다가 회사가 어려워져 그만뒀다"며 "남편 벌이도 같이 줄어 맞벌이를 해야 하는데 마땅한 일자리 찾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제과점을 열었다가 결국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태옥순 씨(48·서울 노원구)는 여전히 남은 채무 3000만원을 변제 중이라고 했다. 자녀 교육비도 벌고 나이 들기 전에 작은 집이라도 하나 마련하고 싶지만 임시직만 전전할 뿐 늘 고용 상태가 불안하다. 태 씨는 "가게를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판매 직종을 지원했다"며 "당장 일을 해야 하는데 취업 교육기간이 길어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버스에 올라 탄 주부들이 취업을 원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수렴됐다. 첫째는 경기가 나빠지면서 생활비나 교육비를 벌어야 하기 때문이고, 둘째는 자녀가 학교에 가게 되면 자신의 일을 찾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여성들이 취업 욕구가 어느 때보다 높지만 불황으로 고용 창출이 안 되면서 성별, 나이 차별이 더욱 심각해졌다. 3월부터 '연령차별금지법'이 시행되었지만 기업들이 임금이 싸고 숙련된 젊은 인력을 선호하는 현상은 오히려 뚜렷해진 것. 사실상 40~50대 주부들의 일자리는 가사 도우미나 베이비 시터 등 돌봄 노동에 치우쳐 있다.

이들과 상담을 마친 구성미 상담사는 "최근 들어 구직 연령은 높아졌지만 구인 연령은 낮아져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며 "주부들이 경력 단절이라는 현실을 인식하고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탐색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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