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맞수 키워드는 삼성 “품질” LG “기술”

  • 입력 2009년 4월 30일 02시 57분


부장급 연구위원 뽑고 품질헌장 만들어 공포
“제품으로 불황 정면돌파”

“마케팅 회사가 한 자릿수 이익률을 거둔다면 혁신기업은 두 자릿수 이익률을 올릴 수 있습니다. 혁신기업이 되려면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첨단기술을 함께 갖고 있어야 합니다.” LG전자 최고경영자(CEO)인 남용 부회장이 9일 직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2007년 초 부임 이후 마케팅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그가 불황 극복 및 포스트 불황의 키워드로 ‘기술’을 꼽은 것.

실제 LG전자는 1분기(1∼3월) 연구개발(R&D)비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난 5000억 원 이상(글로벌 연결 기준)을 썼다.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백우현 사장도 연구개발을 더욱 독려하기 위해 최근 주(主) 집무실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3월 완공된 ‘서초 R&D센터’로 옮겼다.

LG전자는 연구·기술직 전문가 양성을 위해 새로운 직제까지 도입했다. 부장급 연구기술직원을 대상으로 ‘연구위원(Research Fellow)’을 매년 선발키로 한 것. 연구위원은 임원 수준의 임금을 받고 연구개발 관련 지원도 종전보다 많이 받게 된다. 특히 3년 단위로 업적평가를 시행해 장기적 관점의 연구를 좀 더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첫 연구위원으로 R&D 17명, 디자인 4명, 특허 1명 등 총 22명을 선발했다. 회사 관계자는 “연구위원에게는 향후 연구개발에만 주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며 “이들은 경영진 기술자문과 후배 연구원들의 역량 계발 등의 역할도 함께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불황 극복을 위한 화두로 ‘품질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29일 사내(社內) 방송을 통한 메시지에서 “회사는 스피드와 효율을 기반으로 한 창조경영을 지향하지만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전 임직원이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문화 정착을 위해 ‘품질헌장’을 제정하여 공포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품질헌장은 ‘고객의 가치와 행복을 위한 초일류 품질 추구’라는 비전과 △고객중심 △기본충실 △프로의식 △명품창조 △고객창출 등 5대 행동강령으로 돼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불황을 맞아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이는 대신 제품으로 정면승부를 펼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올 상반기(1∼6월) 중 경기 수원사업장에 품질체험관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 체험관은 품질 불량 사례와 고객 불만 사항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지고, 품질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장소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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