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T ‘비리와의 전쟁’

  • 입력 2009년 4월 13일 02시 57분


검찰 출신 정성복 부사장 사정작업 주도

뒷돈 받은 임원 등 6명 이례적 형사고발

KT가 최근 자체 감찰을 벌여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임직원 수십 명을 징계하고 이 중 일부를 형사고발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남중수 전 사장, 조영주 전 KTF 사장 등 경영진의 비리 혐의로 위기에 빠졌던 거대 통신그룹 KT가 내부 비리혐의자를 적극적으로 가려내고 자정(自淨) 계획을 마련하는 등 ‘뿌리부터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KT는 이석채 사장 취임 직후인 올 1월 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인천 지역을 관할하는 수도권 서부 사업본부에 대한 감찰을 벌여 상무급 임원을 포함한 24명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이 중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인터넷, 전화통신망 가설 공사 수주를 도와준 대가로 협력업체로부터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뒷돈을 받은 혐의다.

이와는 별개로 해저 통신케이블의 설치 상태를 점검하는 선박의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수천만 원대의 금품을 받은 직원 1명도 고발했다. 이 회사가 비리를 이유로 임직원을 형사고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또 KT는 정보통신 관련 공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협력업체의 하도급 금지 △수의계약 기준을 1억 원에서 5000만 원으로 하향 조정 △자회사인 KT네트웍스를 통해서 이뤄지던 공사 수주의 직접 관리 △지역본부의 협력사 선정 과정에 본사 임원 참여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보통신 공사 협력사 운영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해 이날 발표했다. 부적절한 관계 적발 시 임직원과 협력사를 모두 퇴출하고, 부서원이 비리를 저지르면 부서장에게 연대책임을 묻는 강도 높은 윤리지침도 마련했다.

이 같은 변신은 이석채 사장이 첫 외부 영입 케이스로 선임한 검사 출신 정성복 윤리경영실장(부사장·사진)이 주도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검사 시절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옷 로비 사건’ 등을 수사한 ‘강골(强骨)’ 검사였으며 대검찰청 감찰1과장을 맡은 적도 있어 임명 당시부터 강력한 사정(司正)이 예상됐다. 정 부사장이 이끄는 감찰팀은 저인망 수사를 벌이듯 협력사와 내부 직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비리를 캐냈으며, 무거운 사안에 대해서는 형사고발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감찰부서 인원도 청렴 강직한 직원 10명을 추가로 선발해 20명으로 늘렸다.

정 부사장은 10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부 비리 행태가 상당히 중해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엄중한 처벌로 강한 충격을 주지 않고는 관행을 바꿀 수 없다”고 소신을 밝혔다. 잇단 형사고발 조치가 너무 심하다는 일부 직원의 반발에 대해서는 “남 전 사장의 구속 이후 정신적 공황에 빠졌던 대부분의 직원은 회사의 완전한 변신을 기대하고 (강한 사정을)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윤리경영은 회사의 존립과 직결된다”며 “비리를 없애 효율화를 추구하면 장기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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