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9주년]WBC처럼 잘나가는 한국車…“우리도 WBC”

  • 입력 2009년 4월 1일 02시 59분


▼현대차 ‘제네시스’ 고급차 시장서 성공신화 이어가▼

미국의 소비자 만족도 조사기관 JD파워의 내구품질조사 6위, 경제전문지 포브스 선정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자동차회사’ 9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위상을 보여주는 지표다. 생산과 판매량에서 세계 5위를 자랑하는 현대차가 이제 규모에 걸맞은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매년 세계 산업계를 평가 분석해 순위를 발표하는 포브스는 최근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자동차회사’ 부문에서 현대차를 9위에 올려놓았다. ‘제네시스’의 공이 컸다. 이 경제지는 “현대차의 미국 진출 첫 고급 세단인 제네시스가 2009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북미 시장 올해의 자동차’에 뽑혔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현대차에 제네시스는 22년 만의 도전이었다. 1986년 ‘엑셀’로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후 저가 차량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던 현대차가 처음으로 세계에 내놓은 고급차인 셈이다. 제네시스는 BMW ‘5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등과 경쟁할 모델로 개발됐다.

결국 현대차의 첨단 기술을 집약한 제네시스는 북미 시장 올해의 차로 선정되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판매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6167대가 판매됐고, 대형차 판매가 급감한 올해도 제네시스는 2월 말까지 2253대가 팔렸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에서의 간판 모델은 중국형 아반떼 ‘위에둥’이다. 올 들어서 2월 말까지 모두 2만7729대가 팔려 현대차가 중국 시장 점유율을 7%대로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위에둥의 인기는 중국인의 크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성향을 적극 반영한 전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중대형차 이미지가 느껴지도록 차체 크기를 확대하고 라디에이터그릴과 헤드램프 디자인도 크게 만들었다. 색상도 국내에는 없는 홍색과 짙은 커피색 등을 추가했다. 그 결과 위에둥은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 산하 기관 중국질량협회 전국고객위원회의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2위를 기록했다.

유럽에서는 ‘i30’의 인기가 높다. i30는 현대차 유럽디자인연구소에서 개발한 맞춤형 모델로,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 소비자가 선호하는 준중형 해치백 스타일이다.

또 신흥 시장인 인도에서는 ‘i10’이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에서만 10만4815대가 팔린 i10은 지난해 ‘인도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등 인도 내 각종 상을 휩쓸며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기아차 디자인 경영 야심작 ‘쏘울’ 내수-수출 쑥쑥▼

2000년대 초반 기아자동차의 카니발, 카렌스, 쏘렌토 등 레저용 차량(RV) ‘3총사’는 어려운 회사를 구했다. 이번에는 디자인을 앞세운 포르테, 쏘울, 로체 이노베이션 등 중·소형 세단 3총사가 글로벌 경제 위기에 기아차를 이끌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달 국내 자동차 내수 판매가 지난해 2월보다 5%가량 줄어든 상황에서 오히려 5.1% 판매가 늘었다. 특히 올해 들어 포르테, 쏘울, 로체 이노베이션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500% 증가했다. 포르테는 지난해 1, 2월 1059대에서 올해 같은 기간 6999대가 팔려나가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기아차의 운명을 바꾼 것은 정의선 사장이 2006년 내건 ‘디자인 경영’과 시장 변화에 따른 발 빠른 대응이었다. 정 사장은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인 피터슈라이어를 영입하며 디자인 경영에 박차를 가했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국내뿐 아니라 유럽, 미국, 일본 등지의 기아차 해외 디자인 거점을 총괄하며 차별화된 디자인 개발에 주력했다.

정 사장의 생각은 적중했다. 만약 기아차가 ‘RV 명가’라는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에 집착했던 쌍용자동차와 최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2002년 43.2%에 이르던 기아차의 RV 비중은 지난해 27.4%까지 줄어든 반면 혁신적인 디자인이 적용된 승용차 비중은 64.3%까지 상승했다.

2007년 9월 기아차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건설한 유럽총괄법인 신 사옥에 기아차 유럽디자인센터를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어바인에 기아차 단독의 미국 디자인센터도 건립했다. 이로써 한국과 일본-유럽-북미를 잇는 글로벌 디자인 네트워크를 완성했다. 이를 통해 디자인경영을 해외 현지에서도 공유하게 된 것이다.

기아차는 일상생활 속에서 각종 사무용품과 문서 서식에 디자인 경영 슬로건을 사용해 직원들 사이에 공감대를 확산하는 데 성공했다. 영어 알파벳 ‘DESIGN’ 중 ‘S’를 호기심을 나타내는 ‘?’로, ‘I’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나타내는 ‘백열전구’로 표현한 슬로건은 기아차의 미래 경영 철학을 함축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게 기아차 측 설명이다.

이 같은 디자인 경영은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2007년 22.7%까지 떨어졌던 기아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중소형 세단 3총사’의 선전으로 올 들어 30.6%까지 치솟았다.

기아차의 디자인경영은 지난해 대한민국 디자인대상을 수상했고, 디자인경영의 첨병인 ‘쏘울’은 최근 한국차로는 처음으로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대표적 장수 브랜드 ‘SM5’ 식지 않는 인기▼

르노삼성

르노삼성자동차는 이제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성능과 디자인을 인정받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거의 전적으로 내수(內需)에 의존했던 르노삼성차는 최근 몇 년 새 SM3, QM5 등이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수출 비중이 50%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르노삼성차가 단기간에 국내외 시장에서 안착한 데는 ‘SM5’라는 장수 모델이 큰 몫을 했다. 1998년 3월 출시된 SM5는 10년 동안 1차례 풀 모델 체인지와 3차례 부분 변경을 거쳐 국내 시장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7월 선보인 부분 변경 모델 ‘SM5 뉴 임프레션’은 지난해 르노삼성차의 전체 내수 판매량(10만1981대) 중 55%(5만5640대)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60만 대 넘게 팔린 SM5의 지속적인 인기는 높은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입소문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게 르노삼성 측 설명이다.

그동안 SM5는 소비자가 뽑은 파워브랜드 1위, 디자인 파워 1위 등 각종 상을 휩쓸어 입소문을 공인받기도 했다. 국내에선 가장 긴 무상보증기간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일조했다. 차별화된 마케팅과 사후 서비스도 지속적인 고객 사랑의 원천이다. 르노삼성 측은 “투명한 영업전략 원칙을 유지해 고객과의 확고한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SM5가 장수 브랜드로서의 위치를 지켜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라세티 프리미어’ 선봉 글로벌 마케팅 시동▼

GM대우

GM대우자동차의 글로벌 전략 차종은 ‘라세티 프리미어’다. 본사인 제너럴모터스(GM)의 지휘로 세계 시장을 겨냥해 개발돼 GM대우차뿐만 아니라 GM의 경영 정상화에 활기를 불어넣을 전략 차종이다.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라세티 프리미어는 젊은층에게 인기를 끈 데 이어 유럽 시장에서도 인기몰이를 이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달 유럽에 2500여 대를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마케팅에 돌입했다.

라세티 프리미어의 특징은 준중형급 이상의 존재감으로 요약된다. 차체 길이(4600mm)와 폭(1790mm)은 동급 최대다. 여기에 휠과 휠하우징을 더욱 돌출되도록 표현해 볼륨감을 더했다. 동급 모델에서 찾아보기 힘든 스포츠 쿠페 스타일은 세련된 감각을 뽐낸다.

여기에 114마력을 발휘하는 1.6L 가솔린 엔진과 국내 준중형 모델 최초로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도어 두께는 160mm로 사이드 에어백 없이도 측면 충돌 테스트에서 최고 등급을 받을 만큼 안전에도 신경을 썼다.

올 2월부터는 2.0 디젤 모델을 추가해 기존 스타일에 힘까지 갖추게 됐다. 디젤 모델은 9.2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하고 최고 시속 208km를 낸다. 연료소비효율은 L당 수동변속기 모델이 19.0km, 자동변속기 모델은 15.0km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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