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박용현號 출범… 형제경영 승계 4男으로

  • 입력 2009년 3월 28일 03시 03분


대표이사 CEO 박용만… 두산건설회장 박정원

두산그룹이 ‘박용현 회장 체제’를 출범시키며 형제경영 승계의 전통을 이었다.

박용현 회장은 박두병 초대 회장의 넷째 아들이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과 박용오 전 회장(성지건설 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그의 형이다.

○ 수뇌부 새 진용 포진

두산그룹의 지주회사인 ㈜두산은 27일 서울 중구 장충동 호텔신라에서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갖고 이사회 의장 겸 대표이사 회장에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66)을 선임했다. 또 ㈜두산은 박두병 초대 회장의 다섯째 아들인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54)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박용만 회장은 박용현 회장을 도와 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로서 그룹의 실무를 담당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두산그룹은 박용현 회장이 ‘새 얼굴’로 그룹을 대표하고,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과 박용만 회장이 박용현 회장과 함께 공동으로 그룹 사업을 책임지는 체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용성 회장은 두산중공업 회장 이외에도 중앙대 이사장과 대한체육회장을 함께 맡고 있어 주로 대외 업무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동안 그룹의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 사업을 이끌어 온 박용만 회장이 경영 내실을 다지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용현 회장은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서울대 의대 교수와 서울대병원장을 지냈다. 2006년 정년을 3년 앞두고 조기 퇴직한 뒤 두산 연강재단 이사장, 두산건설 회장 등을 맡았다.

○ 1981년부터 형제가 총수 물려가

두산그룹은 2005년 박용오 전 회장이 두산산업개발의 계열분리를 주장하며 다른 형제들과 갈등을 빚은 이른바 ‘형제의 난’ 사건이 있은 뒤 공식적으로 그룹 회장제를 폐지했다.

하지만 올해 두산그룹은 ㈜두산을 지주회사로 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그룹 회장제가 공식적으로 부활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그룹 회장 직을 신설한 것이다.

박승직 창업주(1세대), 박두병 초대 회장(2세대) 이후 한때 전문 경영인인 정수창 회장이 총수를 맡기도 했다. 그러나 박용곤 명예회장이 1981년 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3세대 경영을 시작했다. 이어 창업 100주년인 1996년 말 박용오 전 회장이 형으로부터 ‘대권’을 물려받아 1997년부터 본격적으로 회장 직을 수행했다.

박용오 전 회장은 2005년 형제들과의 갈등으로 ‘타의에 의해’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고 당시 두산중공업 회장이던 박용성 회장이 새 총수가 됐다. 하지만 박용성 회장은 2005년 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책임을 스스로 물어 회장 직을 사퇴했다. 2006년 1월 두산그룹은 공식적인 그룹 회장제를 폐지했다. ㈜두산을 지주회사로 전환한다는 지배 구조 로드맵도 이때 발표했다.

○ 4세대 첫 회장 승진…오너 경영 강화

한편 이날 두산건설도 주주총회를 열고 박정원 부회장(47)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박정원 회장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두산그룹의 오너 4세대가 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박용성 회장의 장남, 차남인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와 박석원 두산중공업 부장이 각각 전무와 상무로 승진했다.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의 장남과 차남인 박태원 두산건설 상무와 박형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장도 전무와 상무로 각각 한 계단 올라서는 등 최근 4세대 경영진이 급부상하고 있다.

또 ㈜두산 주주총회에서는 박용성 회장과 박용현 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 등 오너 일가 3명이 새로 사내이사에 들어가는 안건도 승인됐다. 이재경 ㈜두산 부회장도 새로운 사내이사가 됐으며 임기가 만료된 박정원 회장도 이사로 재선임됐다. ㈜두산의 사내이사는 이들 외에 기존 박용만 회장과 제임스 비모스키 ㈜두산 부회장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됐으며 이 가운데 오너 일가가 5명이나 돼 ‘오너 경영’이 한층 강화됐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 출범에 맞춰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오너 일가가 대거 이사회에 참여했다”며 “앞으로 투명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핵심 사업에 경영 능력을 집중해 기업 가치를 키우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오너 경영 강화’의 배경을 설명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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