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하고…소풍가고…‘쇼풍족’ 떴다

  • 입력 2009년 3월 27일 02시 58분


불경기가 심해지자 교외의 창고나 아웃렛으로 나들이형 알뜰 쇼핑을 즐기러 가는 ‘쇼풍’족이 늘고 있다. 최근 2개월간 작년 대비 60%의 매출 신장을 이룬 경기 여주 신세계 첼시 프리미엄 아웃렛(왼쪽). 하루 동안 1억5000만 원의 매출을 거둔 현대백화점의 ‘창고 쇼풍’ 프로그램(오른쪽). 사진 제공 신세계·현대백화점
불경기가 심해지자 교외의 창고나 아웃렛으로 나들이형 알뜰 쇼핑을 즐기러 가는 ‘쇼풍’족이 늘고 있다. 최근 2개월간 작년 대비 60%의 매출 신장을 이룬 경기 여주 신세계 첼시 프리미엄 아웃렛(왼쪽). 하루 동안 1억5000만 원의 매출을 거둔 현대백화점의 ‘창고 쇼풍’ 프로그램(오른쪽). 사진 제공 신세계·현대백화점
유통업체들, 교외 물류창고 무료버스 운행… 물건값 싸 매출 쑥쑥

25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주차장. 주차장에 서 있는 대형 45인승 버스 앞으로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주부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쌀쌀한 날씨에도 아침부터 백화점 주차장에 모인 이들은 현대백화점이 이날 처음 선보인 ‘쇼풍(쇼핑+소풍)’ 프로그램 참가 신청을 한 고객들.

쇼풍은 백화점이 대절한 공짜 버스를 타고 고객들이 직접 교외에 자리한 유명 브랜드 물류 창고로 가 쇼핑을 할 수 있게 한 프로그램. 경기 침체, 고환율 등으로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소비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불황형 마케팅’이다.

창고에 쌓인 제품 가격은 시중가의 절반 이하 수준. 특히 수입 브랜드의 창고에는 환율이 오르기 전 들여온 제품이 많아 시중보다 최대 70% 가까이 가격이 싸다는 게 백화점 측 설명이다.

○‘돈 드는 소풍’ 대신 ‘돈 되는 쇼풍’

이날 ‘쇼풍단’이 찾은 곳은 경기 하남시 검단산 자락에 위치한 현대백화점의 수입 가정용품 협력사 ‘선우실업’ 창고. 관광버스를 타고 1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창고 사무실에는 샌드위치, 과일, 쿠키, 음료 등이 준비돼 주부들의 나들이 분위기를 돋웠다.

잠시 뒤 이들은 보덤, 실리트, 베른데스 등 인기 수입 주방 브랜드의 창고 재고들을 꼼꼼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평소의 반값 수준인 제품 가격에 이날 하루 이곳을 들른 4개 팀 300여 명의 쇼풍단은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도는 1억5000만 원어치의 제품을 구입했다. 현대백화점 고태원 바이어는 “오랜만에 교외 공기를 쐬면서 백화점에서보다 다양한 물건을 싼값에 살 수 있어 고객들의 만족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백화점으로서도 주방용품이나 가구처럼 크고 무거운 제품은 해당 제품을 백화점으로 가져오는 것보다 고객들을 창고로 데려가는 게 물류비 면에서 훨씬 더 이익이라는 설명이었다.

○‘싸고 즐거운 쇼핑’에 고객 돈 몰린다

경기 불황에 조금이라도 더 경제적인 소비를 하려는 고객이 늘면서 대형 아웃렛 매출 증가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경기 여주에 자리한 대표적인 대형 아웃렛 ‘신세계 첼시 프리미엄 아웃렛’의 올 1, 2월 매출은 소비 침체 영향에도 지난해보다 60% 가까이 늘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 사는 주부 강현진 씨(34)는 “평일 친구들이나 주말 가족과 함께 드라이브 나들이 겸해서 종종 찾고 있다”며 “따로 여행비를 들이지 않고 필요한 물건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경기가 나빠진) 최근 들어 더 즐겨 이용한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이들 ‘쇼풍족’을 끌어모으기 위해 아웃렛 인근 유명 식당이나 리조트 등 레저시설을 할인해 주는 ‘VIP패스포트’ 프로그램 등을 운영 중이다.

신세계 측은 “올 4월에는 아웃렛 단지 내에서 여주 지역 축제와 연계한 ‘도자기 체험 페스티벌’ 등도 진행할 예정”이라며 “알뜰 나들이 쇼핑족을 공략하기 위한 유통업계의 전략 마련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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