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3월 23일 02시 56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시장 침체땐 파는게 더 어려워
중개업자에 추가 사례도 방법
40%이상 떨어진 중대형 노릴만
장기불황에 대출 낀 투자 금물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85m²(26평형) 아파트에 사는 회사원 박모 씨(39)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 지역이나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의 아파트로 이사하기로 결심했다.
이사하려는 지역의 아파트 값이 많이 내려 현재 살고 있는 집값(3억5000만 원)에 6000만 원만 보태면 105m²(32평형)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중개업소에 내놓은 박 씨의 집은 두 달이 넘도록 팔리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서울 강남과 분당신도시의 아파트 가격은 올해 들어 1억 원 넘게 올랐다. 결국 박 씨는 며칠 전 이사를 포기했다.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 불황을 기회로 삼아 ‘인기 지역’으로 입성을 노리는 수요자가 늘고 있다. 문제는 이사하려는 곳의 집값보다 기존에 살던 집의 가격이 큰 폭으로 내리거나 거래가 끊겨 집을 갈아타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처럼 불황기에 현명하게 아파트를 거래하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부동산 거래의 ‘정석’을 따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 선(先)매도 후(後)매수 원칙 지켜야
불황기에는 집을 사는 것보다 팔기가 더 어렵다. 집값이 떨어지고 경기 침체가 이어져 매수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이다.
급매물이 나왔다고 덜컥 샀다가는 살던 집이 팔리지 않아 곤욕을 치를 수 있다. 수도권은 올해 들어서도 관망세와 거래 부진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면 기존 집을 먼저 처분한 뒤 이사 갈 집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침체기에 집을 빨리 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 비슷한 주택이 거래된 가격을 조사해 이보다 조금 싸게 내놓아야 매수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
국토해양부 주택 실거래가 사이트(rt.mltm.go.kr)에서는 한 달 전까지 거래된 가격을 파악할 수 있다. 또 서울 송파구는 자체적으로 실거래가 사이트를 운용하고 있어 1주일 전 실거래 가격까지 알 수 있다.
매수자는 찾기 어렵고, 나와 있는 매물은 많은 만큼 거래가 성사됐을 때 중개업자에게 중개수수료 외에 별도의 성공 사례금을 주겠다고 약속할 수도 있다. 중개업자가 다른 매물에 앞서 내 집을 적극적으로 팔려고 나서게 하는 것이다. 사정이 급하다면 집을 사는 사람이 내야 할 중개수수료까지 대신 내주는 매매 조건을 내걸 수도 있다.
○ ‘할인 매장의 전단 상품’을 노려라
불황기에 집을 살 때는 매입비용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향후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누구도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매입 시점의 가격보다 향후 가격이 더 내릴 가능성도 있는 만큼 매입을 결심했다면 초기 투자 자금을 최소화해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스피드뱅크의 김은경 리서치팀장은 “중소형 아파트는 고점 대비 하락폭이 30% 이상, 중대형은 40% 이상 되는 등 낙폭이 큰 아파트의 매입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불황이 장기화되는 상황에 대비해 대출을 줄이고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는 건 필수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출을 낀 투자는 아예 생각하지도 말라고 조언할 정도다.
특히 장기투자에서 시간에 쫓기기 시작하면 원하는 수익률을 달성할 수 없고, 불황기에는 수익보다 금융비용이 더 많아질 수 있는 만큼 대출 비중은 최소로 줄이는 것이 좋다.
매수자 우위 시장이라는 점을 활용해 급매물이라도 추가로 가격을 깎을 수도 있다.
하자나 단점이 있는 집이라면 수리비용만큼 가격을 깎아달라고 요구하거나, 집주인이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잔금을 빨리 치르는 조건으로 매매가를 낮출 수도 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침체기에는 가격의 하방 경직성이 강한 대단지 랜드마크 아파트, 브랜드 가치나 입지가 좋은 새 아파트 위주로 집을 사야 환금성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